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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이 Jan 20. 2023

우울증 환자로 살아간다는 건

더 떨어질 곳이 있나 싶은데 계속해서 추락하는 것



 “우울증이 맞긴 할까요.”

"제가 볼 땐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의사 선생님과 면담하던 어느 평범한 날

실체도 형태도 명확하지 않은 채 나를 아프게 하는 것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늪을 관통하여 심연 속으로 깊이, 더 깊이



  아침이 오는 것이 싫었다. 지겹게도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핸드폰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무기력하고 의미 없는 시간들이 몇 곱절씩 흘러갔다. 그것 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텅 빈 머릿속과 내 마음은 눈동자로 티가 났다.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그다지 숨겨지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 있으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아무것도 안 해요. 그냥 핸드폰? 그것도 딱히 의미 있는 걸 찾는 건 아니에요.” 프로세싱된 것 마냥 학교에서는 입력된 대로 작업을 하고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원이 꺼지고 말았다. 충전기를 꽂아줄 사람은 없었다.




  처음엔 즐겁게 하던 것들이 재미없어졌다. 움직이기 싫은 건 물론이고 일어나기 조차도 힘들었다. 씻는 것도 큰 산을 마주한 듯 버거웠다. 식욕도 사라졌다. 한 끼 먹던 식사도 제대로 먹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저작활동 자체가 귀찮은 일로 다가왔다. 겨우 김밥 서너 개를 주워 먹었다. 나머지는 아이스 바닐라 라테로 배를 채웠다. 그때가 제일 영양이 불균형했다. 위장에 들어가는 음식이라곤 없는 수준이었는데 살은 빠지지 않았다.


  항상 무표정했다. 주변 신경 써서 웃어줄 여유 같은 건 진작 날아가버린 지 오래였다. 재미가 하나도 없는데 왜 웃어.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사는 것도 별 게 없다. 이런 게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지? 부질없다. 끝없이 삶의 덧없음을 반추했다.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사고가 머릿속을 메워 뇌용량을 다 채우고도 남았다.




  내 옆에 누가 있든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날 걱정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와닿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이 괴물이 되어 나를 덮쳐올 때 겸허히 받아들였다. 온전히 고통스러워했다. 회피할 수 없었다. 나로부터 온 괴물이었으니 누군가에게 해치워달라 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연에 의한 잠식.


  변함없는 건조한 일상에 그대로 머물지도 못한 채 서서히 스스로를 외부로부터 차단시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안쓰러웠다. 그들이 괜찮냐며 걱정하면 미안할 뿐이었다.


  밤이 되면 상태는 기다렸다는 듯이 심각해졌다. 격렬하게 죽고 싶었다. 살아있고 싶지 않은데 숨을 쉬고 있다는 모순을 견딜 수 없었다.

  메마른 두 눈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감정들도 도저히 인간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했다. 기계가 아닐까, 차라리 기계라면 좋겠어. 리셋버튼이라도 누르게. 그러나 ‘무기력은 디폴트, 무감동과 무가치감으로 뒤덮인 삶의 의지를 놔버린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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