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자살사고의 절정
거의 매일 자살사고에 휘말렸다. 그토록 죽고 싶었으나 죽음으로 가는 길에 맞닥뜨릴 고통은 반갑지 않았다. 찾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살 방법을 검색했고 어떤 죽음이 덜 민폐를 끼칠까, 어떻게 죽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하면 태어남도 내 의지가 아니었는데 죽음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며 한탄했다. 꽤 오랫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한 주 동안 괜찮았나요?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아니요였다. 어떤 것도 느껴지는 게 없을 때는 모르겠어요. 가 최선이었다. 정신적인 고통이 뇌까지 번져버린 듯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 되었어도 기쁘지 않았고 잘못되는 날이면 감정이 터져 흐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매번 우울에 잠겨 사는 것이 싫어 기계가 되고 싶었다. 로봇을 부러워했다. 감정을 세세하게 느끼지 못하니 내 삶보단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바람은 감정이 무의 상태가 된 어느 날 보란 듯이 박살이 나버린다.
어떤 동요도, 반응도 없는 내 모습은 AI만도 못했다.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이란 예상 대신 현실은 두려움이 앞섰다. 이질감이 들었다.
“이제는 우울한 것도 잘 모르겠어요, 행복한 것도 아니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좀 무서워요. “
“예전엔 기계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 제가 그런 것 같아요, 기계 같아요.” 그때의 나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게 없었다. 감정이 사라진 것은 행복이 아니라 공포였음을 알지 못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어느 것 하나 직시하지 못했다.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괴롭다.
그날 이후로 나의 정신 상태는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가 제멋대로 질주하듯이.
상상 속에서 나를 몇 번이고 죽였다. 살려줄 생각은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잔혹했다.
벼랑 끝으로 몰아간 것은 우울증이 아니라 나였다.
스스로를 낙인찍고 단죄했다. 그렇게 나를 파괴하면서도 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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