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괜찮아질 거라는 무책임한 말 같은 건 마치 일회용 반창고라서, 아픔의 근원을 치료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걸 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위치에서는 이런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때마다 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해서 아픔을 내놓으라 말했고, 그게 어쩌면 상대방을 더 힘들게 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써 노력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듣는다 해도 먼저 겁에 질려서 건네준 반창고 하나가 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저는 상대방을 걱정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무시한 겁니다.
저도 그렇게 순탄한 삶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딘가 삐걱거리고 불편한 게 존재하는데, 평소에는 없는 듯 지내다가도 어쩌다 그 존재를 인지하고 난 후에 생기는 오묘한 기분은 아직도 날 잠깐이나마 숨을 가쁘게 합니다. 근데 그게 또 크게 불편한 건 아니거든요. 그냥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가 빨간불이거나, 파란불인데 빨간불로 바뀌기 거의 직전이라서 뛰어가는 것 정도의 사소한 불편함입니다. 나는 이 불편함을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저는 잠깐 전부 내버려 두고서 잊을 수 있게 다른 짓이나 하려고 합니다. 야한 걸 보든 게임을 하든 영화를 보든 뭐든 하겠죠. 불편한 걸 바꾸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이 더 편해서 요령이 생긴 저는 이 불편한 기분도 나름 견딜만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라는 놈은 T가 아닐까요. 그만큼 간절하게 바라고 소원했으면 한 번쯤은 중요한 순간에 멈추거나, 행복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거나 해줄 법도 한데 이쪽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공감도 해주지 못하고 흐르기만 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싫습니다. 시간은 반창고 같은 놈입니다. 도움을 줬다기보다는 그냥 내 눈에서 상처를 가렸을 뿐인데, 내가 잘나서 잘 회복한걸 주변사람이 전부 아니라며 가스라이팅을 해대니 나도 그런갑다- 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심정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자기가 한 일도 아닌 것을 자기가 했다고 말하는데도 아니라고 하는 시간이라는 놈이 싫습니다.
두서없이 왜 시간이라는 놈에게 시비를 걸었냐면, 그건 제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 주변을 빙빙 돌면서 상대가 그런 생각을 간접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충청도식 화법을 하는 경상도 출신의 사람입니다. 또한 진지한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것을 싫어해 억지로 장난스럽게 말을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사실 글을 여러 번 쓰다 지우다를 반복했습니다. 진지하게 제 이야기가 담긴 글을 써볼까 싶다가,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할 것 같았고 또 너무 가볍게 적었다가 이럴 거면 그냥 글 쓰지 말지 싶었고.. 사실 이 글도 올려야 하나 걱정 많이 했죠. 술기운에 취해 그냥 머릿속에 담긴 말들을 뱉어내고 싶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저도 역시 좋은 하루 보내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