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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DG Oct 24. 2024

암은 착한 사람한테만 온다고?

건강염려증에 걸리다.

"엄마, 내가 마사지를 예약했으니까. O시까지 준비하세요!"

엄마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이 심란했다.

직장이 끝난 후 함께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정확히는 함께가 아니라 엄마만.

동남아라면 모를까 우리나라에서 마사지는 굉장히 비싼 축에 속한다. 그리고 짠순이인 나는 우리나라에서

마사지에 돈을 쓰는 것은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엄마의 암 확정을 전달받은 날 나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약간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그냥 잔병치레를 자주 하시는 분이고 몸이 약하시다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암이라고..?


엄마는 예전부터 마사지, 찜질방을 좋아하셨다. 시간을 내서 림프를 풀어주기로 유명하고 가격도 비싼 마사지사를 예약해 드리고 함께 갔다. 마사지사분(사장님이신 것 같다)은 연예인들도 다니는 유명한 장소에서 마사지를 잘하기로 소문난 분이셨다. 혹시나 엄마의 병에 도움이 될까 싶어 수소문하여 찾아낸 곳이었다.

 마사지사분은 엄마가 나잇대가 비슷한 여성이셨고 공교롭게도 본인의 배우자 분이 엄마와 같은 암이셨다며 가벼운 스몰토크와 함께 엄마를 격려하는 말씀을 하셨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본인의 배우자 분은 열심히 건강관리를 한 결과 다 회복하셨다면서 엄마와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셨다. 감사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길이였다.(결혼을 했기에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그 마사지사분이었다.

"따님 되시죠..?"

"네..?"

그분은 전화로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남기셨다.

마시지를 해주실 때 분명 완쾌하셨다는 배우자분은 암 진단 후 2년 내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그 암은 재발이 쉬운 암이라고 하시며.. 엄마가 계실 때 차마 그 얘기를 하실 수 없었다고..

그러면서 따님한테는 진실을 얘기해야 할 것 같아 전화를 거셨다면서 나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어두컴컴한 귀갓길을 걸다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캄캄한 그늘 쪽으로 가서 소리 죽여 울었다.

.

.

.

.

그때쯤 내 신체 반응도 슬슬 좋지 않은 신호를 보냈다. 알 수 없는 피부병이 나를 심하게 괴롭혔다.

크게 무엇을 하지 않아도 힘이 없어 소파에 누워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자기 자신에게 잘하라며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조언을 가타부타하셨다. 피부과 약은 독했고, 스테로이드 연고는 리바운드 현상으로 더 독한 약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피부병은 그 이후로도 간헐적으로 나타나며 면역이 떨어질 때마다 오랜 친구처럼 나타났다.

.

.

다행인 것은 엄마는 건강을 고치시기 위해 외숙모가 암치료를 위해 이사하셨던 것처럼 자연이 있는 시골로 이사를 가셨다. 치료에 전념하셨고, 사는 집과 마시는 공기 모든 것을 바꾸셨다. 수술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시면서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들로 자연밥상을 해 드시며 엄마는 완치 판정을 받으시게 되었다. 기적이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엄마와 함께 대만 여행을 준비했다.

너무 고마웠고 미안했다. 나는 두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코스를 짰다. 나의 희생으로 인해 두 사람은 매우 만족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녀오자마자 나는 안면마비로 인해 두 달 정도를 고생했다.

안면마비가 낫자마자 코로나가 터졌고,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상황에서 나는 심한 두통을 느꼈다.

두통이 가시질 않았고 일하다가 심한 두통이 오면 빈 교실을 찾아가서 의자를 여러 개 붙여 누워있기도 하였다. 퇴근을 하고 와서도 이 두통은 멈출 줄을 몰랐다. 깨질듯한 두통으로 화장을 지우지도 않고 외출한 옷 그대로 쓰러져 누워서 그대로 자고 일어난 적도 있었다.


엄마가 그러셨다. "암은 착한 사람들이 걸리더라." 지금 몸의 건강을 위해 가끔 다니시는 숙박형 항암 요양센터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의 사람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이 다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표현을 시원하게 하고 속에 맺힌 것이 없는 사람들이 남에게 상처는 잘 주는 편이지만 속병은 안 생긴다는 것이었다. 암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 이런 속에서 자라난 병들이 암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셨다.


암을 혹독하게 겪으셨던 엄마를 떠올리며 나는 내 건강에 이상신호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백신 후유증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공황장애 증상이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산책하다가 벤치에 쓰러져 누워 있다던가.

기립성 저혈압처럼 어지러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주저앉는다던가.

이해할 수 없는 신체의 증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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