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스포츠머리에 까만 피부와 짙은 쌍꺼풀, 도톰한 입술 그리고 장군 같아 보이는 체형의 구멍가게 주인이 보였다. (유난히 배가 나와있었다.) 사실 겁이 많이 났다. 하지만 고아원 아이들 앞에서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떨리는 몸을 숨기고 천천히 가판대로 향하였다. 체형을 보아하니 민첩하지는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저씨는 물건을 가지러 창고로 향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과자 3 봉지를 낚아채고 돌아온 방향으로 전력질주 하였고 도중에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도 하였다. 곧장 고아원 아이들과 합류해 숨이 목 끝까지 찰 때까지 달렸다. 그러던 중 다리를 삐끗해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함께 달리던 아이들이 “괜찮아!?”놀라면서 물었고, 나는 “일부러 넘어지는 척한 거야!”라며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우리는 누가 보아도 무언 가에 쫓기고 있는 모양새였다. 우리는 깊은 골목 끝자락에서 희열을 느꼈다. 아이들은 나를 영웅 대하듯 이야기한다. “우와! 안 무서웠어?”, “진짜, 진짜 빠르더라!”, “고마워! 맛있게 먹을 게!”등등, 온갖 나의 대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나는 가쁜 숨을 내뱉으며 몸을 떨고 있었지만 이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과장된 목소리와 행동을 연발했다. 나는 다음을 약속했다.
“과자 먹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내가 가져다 주지 뭐.”
아이들은 연신 즐거워하였고, 우리들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후에 같은 방법으로 한 차례 더 과자를 훔치는 데에 성공했고 기세를 이어 세 번째 도전의 성공을 알리기 위해 기세 등등 한 모습으로 고아원 아이들에게 돌아가던 중 큰 그림자 하나가 나를 감 싸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고아원 아이들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그들의 눈에서 나의 대한 걱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역시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발 끝부터 머리끝까지 쑥 올라왔다. 나는 혼자다. 나는 혼자이다.
“이리 와. “ 아주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아저씨는 말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 질주 하였다. 땅 위엔 크고 작은 돌멩이가 많아서 발바닥에 통증을 주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잡히면 죽음이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순간 몸이 뒤로 쑤욱하고 쏠리는 느낌과 함께 쿵! 하고 나자빠졌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녀석아. 내가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말이지. “
“죄송합니다… 정말 다시는 훔치지 않겠습니다… “
“집으로 안내해. 아무래도 부모님 이랑 얘기 좀 나누어야겠다. “
“아아… 저는… “
나는 내가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고,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혼자라는 것을 떠벌리거나 들키고 싶지는 않다. 서러움에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빨리 애기해. 큰 책임을 묻지는 않을 거야. 부모님에게 사실만 전해야겠다. “
“아니 그게… 저는 동네 원불교 근처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부모님은 안 계셔요. “
“고아원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