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모든 것이 그리운 그 곳, ‘고향’
<귀를 기울이면> ★★★★★★
“Take Me Home, Country Roads”
글쓰기가 취미인 중학생 문학소녀 '시즈쿠'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한 평범한 소녀의 등교를 첫 장면으로 보여준다.
늘 그렇듯 알람이 한참 전에 울렸음에도 일어나지 않다가, 지각이라며 급하게 나가는 신은
주인공이 평범하다는 것을 주인공의 짧은 일상을 들여다보며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우린 모두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하지만 일상은 변한다. 어떤 방향으로든. 그리고 언젠가 추억이라며 그리워할 이야기이다.
우린 모두 각자의 고향이 있다. 그곳이 기억 속에 있든, 마음속에 있든
그리고 그곳에는 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골목, 학교, 친구, 나만의 비밀 장소, 그리고 첫사랑 까지도..
도시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고향에 대한 추억들이 희미해진 현대의 우리에게
작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영화란 매체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알게 된 장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잊지 못할 추억까지.
그것들이 나의 가슴 속 그리운 어느 한구석을 간지럽힌다.
작가는 주인공의 반 친구들을 통해 주인공(시즈쿠)이
작품 속 겪는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시즈쿠의 친구들은 시즈쿠를 남자와 엮으며 또래들 보다 늦었던
소녀의 서투른 사랑에 대한 감정을 놀리는 장면은
시즈쿠가 첫사랑을 겪는 중이고 또 그런 점이
한 배경을 여러 차례 사용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소여도 여러 번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우리가 마치 그 마을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난 이런 점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보지못했을 지도 모를 영화가 이러한 점으로
내 인생의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익숙한 장소가 반복되어 등장할 때마다 관객은
마치 그 마을의 일부가 된 듯이 느끼게 된다.
이전에 고양이를 보았던 골목,
그리운 누군가를 스쳐지나갔던 그 길이 다시 보일 때,
우리는 영화 속 세계 안에서 살아 숨쉬는 경험을 한다.
이것은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가 가진
‘귀를 기울이면’만의 특별한 감성의 이유인 것이다.
시즈쿠가 쓰던 가게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소설은
운명인 듯 우연인 듯, 이후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가 겪을 이야기와 겹쳐 보인다.
할아버지 본인과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며
지브리의 영화, 시즈쿠와 세이지의 ‘귀를 기울이며’는 막을 내린다.
"나를 집으로 데려가줘, 그리운 시골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