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벚꽃이 봄에 피는 이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너는 이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야'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평범한 소년인 주인공 하루키와,
그의 첫 친구이자 첫사랑인 소녀의 이야기.
시작하기 앞서 소녀의 병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다.
이 영화의 주제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계속해서
‘선택’에 대해 강조한다.
‘시가 하루키’가 누군가 떨어뜨린 책을 주운 것도,
‘사쿠라’가 굳이 그런 소년과 친해지려 노력한 것도.
모두 인생의 수많은 선택들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선택들 중 몇 가지는 필연적으로 후회를 불러온다.
이 영화에서도 많은 선택들을 한다.
그중에는 결과가 어떻든 후회할 만한 선택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선택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벚꽃이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봄의 나무와 봄에 피는 꽃처럼,
우연을 가장한 운명에
우린 서로를 만나기 위해 선택을 해왔다.
소녀는 정해진 것 같던 결말이 아닌
다른 끝을 맞이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이별을
소년의 가슴은 끝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년과 소녀의 가슴 어린 사랑은 분분한 낙화를 보게 된다.
하루키는 남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알면 알수록,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
혼자 다니는 것이 편했다.
사쿠라에게마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 한 것은.
누군가의 영혼에 자신이.
자신의 마음에 누군가가 깃드는 것이
사무치도록 두려웠던 걸까.
결국 너무나 소중했던 그녀가 떠난 후,
사쿠라의 공병문고를 읽은 하루키는
그녀의 속마음과, 함께한 지난날들을 마주하게 된다.
사쿠라는 자신과 정반대의 그를 궁금해했었고,
이번을 계기로 친해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너무나 달랐던 그에게
언젠가 죽고 없어질 자신의 영혼을
하루키라는 도화지에 조금이나마 남기고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사쿠라와 하루키는 우정, 사랑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의 사이가 되었고
그제서야 사쿠라는 깨달았다.
사실 누구보다 평범했던 자신을
소중히 해준 하루키가
다른 누군가도 아닌
나를 선택해 줬으니까.
"17년, 나는 네게 필요로 해지길
기다리고 있던 걸지도 몰라
벚꽃이(사쿠라)이 봄(하루)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벚꽃이 피었을 때부터,
벚나무는 언젠가 꽃이 하롱하롱 질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필연적으로 나를 붙잡는다.
그럼에도 져버린 벚꽃이 남기고 간 흔적들은
벚나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그런 벚꽃의 흔적들.
내게서 너무나 일찍 떠난 너도,
그런 널 붙잡을 수 없었던 나도.
마치 벚꽃 같은 사랑을 했다.
어디에든 있는 흔한 말로
나타내기엔 아쉬운 그대에게 바치는 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