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불확실한 꿈을 구가해서 그곳에 다다라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삶에서 도망쳐라, 다른 이들이 삶이라 부르는 것으로부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원작 소설, 실사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이렇게 세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조제의 마음 가까이에 닿았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둘의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그녀를 사고로부터 구한 '츠네오',
그럼에도 쌀쌀맞게 대하는 '조제'.
처음엔 그저 돈 때문에,
시급이 높다는 이유로 그녀의 관리인이 된 츠네오지만
어느새 동정심의 자리에 우정과 사랑이 자리 잡은 것일까.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닌, 웃으면 행복이 온나고 했던가."
태어날 때부터 걸을 수 없던 조제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었다.
꿈에선 헤엄치고, 현실에선 가고 싶은 곳을 손으로 그리는 등..
하지만, 걷지 못한다는 것은
작았던 그녀에겐 너무나 무거웠고,
걸어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는
그녀에겐 너무나 도전적인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꼭 직접 바다를 제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그녀는
츠네오의 도움을 빌려 자유의 바다를 보게 된다.
그녀가 느낀 첫 바다의 느낌은 자유였을까.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린 조제에게 문제를 내었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답을 하기위해 겨우 바다에 다 왔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바다가 무슨 맛인지조차 알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함께한 츠네오와 자유의 곁에서 걸으며
어릴 적 아버지의 질문을 츠네오와 답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못 갔을 바닷가,
공원 그리고 수족관까지도
츠네오와 처음을 함께한 뜻깊은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조제의 외출을 반대하던 할머니 몰래 놀며
점차 변화해 가는 조제의 모습에,
할머니도 기뻐하였다.
마치 '도톤보리의 글리코맨'처럼,
두 팔을 뻗고 언제든 달려 나갈 거 같은 모습이라며.
... 행복에는 항상 슬픔이 따라오는 것일까.
갑작스럽게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관리원에서 혼자 남은 조제를 위해
홀로 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움을 주었다.
홀로 서라는 도움의 손길은
조제를 너무 앞당기었을까.
조제는 싫었다.
나무에 걸린 빨간 풍선도,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도,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걸어가는 것도,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것도...
더 이상 남의 손을 뻗기 싫었다.
그렇기에 이런 현실에 더욱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츠네오는 슬픈 표정을 짓는 조제에게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을, 좋아한다면 포기하지 말라며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도중,
위험에 처한 조제를 구하려다
츠네오가 대신 사고를 당하게 된다.
병원에서 깨어난 츠네오는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는다…
깨져버린 츠네오의 '클라리온 엔젤',
부서져버린 꿈의 등불은
강인한 사람인 줄만 알았던 츠네오에게
원하는 것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해 주었다.
그제서야 느껴지는 서투른 눈물은 짜디짰다.
츠네오의 동료이자 츠네오를 좋아하던 마이.
조제는 그녀와 싸우듯 털어낸 서로의 진심에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츠네오와의 추억들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껏 다쳐버린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버렸던 그림의 꿈을 이어간다.
마이의 말이 조제의 마음 한켠에 눈물자국과 같이 남았을 것이다.
츠네오의 꿈을 위해 부디 그를 놓아달라는.
하지만 그녀는 그를 포기하고 싶은 것도,
그를 응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의 꿈을 응원하며 보내주고 기다림으로써
그녀의 사랑의 방법을 보여줬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에서는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
물고기라는 츠네오의 꿈과 그것을 그린 조제의 꿈,
그리고 호랑이라는 세상의 두려움이자 트라우마를 다루었다.
호랑이는 조제가 츠네오와 함께, 츠네오의 수술 직후 조제 혼자서.
총 두 번 맞닥뜨린다.
영화에서 보여주었듯,
호랑이라는 공포는 혼자라면 무서울지 몰라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을 수도 있고,
혼자라도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는 존재다.
우리는 두려움, 혹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대도,
그대의 호랑이를 당당히 마주할 수 있길 바라며.
모두가 바란 낭만 있는 해피엔딩으로
조제와 츠네오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