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송 속, 기억이란 나이테는

<장송의 프리렌>

by 머묾


오래된 장송 속, 기억이란 나이테는

<장송의 프리렌> ★★★★☆

"나는 지금을 얘기하고 있는 거야"



<장송의 프리렌>은 엘프 마법사가 용사와 함께

마왕을 무찌른 이후의 이야기이다.



'프리렌' (주인공) 은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엘프로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산다고 알려져 있다.

너무 오래 사는 탓에

시간 개념이 인간들과 다른 그녀는

동료였던 용사 힘멜의 사망 후에야,


자신의 소중한 동료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

함께한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며

지금껏 건조한 줄만 알았던 그녀는

뒤늦게 촉촉한 후회 한다.





이를 계기로 프리렌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죽은 자와 얘기할 수 있다는

'오레올'을 목표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모험을 떠난다.



프리렌이 여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특별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프리렌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과감히 줄여

여백의 미를 충실히 수행하고

캐릭터의 몸짓이나 심리묘사는 최대한 줄여

관객으로 하여금 한 발짝 떨어진다.



작품 속 정보량을 늘리려 억지로 확대하는 바스트 샷은

기꺼이 날리고 와이드 샷을 택하며

주관적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공간 자체를 묘사한다.

이렇듯 최신 경향을 역행하는 묘사와 연출은

정보 포화 시대에서 우리를

프리렌 다운 방식으로 환기시켜 주었다.



이 작품에서 포커스는

프리렌의 설정과 역설적이게도 시간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최신 경향을 거스르면서까지 시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끝없는 듯한 시간을 사는 프리렌에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래왔던 프리렌이지만,

힘멜의 죽음 이후 인간과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그러한 점을 보여주듯

애니메이션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객관적 숫자가 아닌,

'힘멜의 사망 20년 후' 와 같이

프리렌의 주관적인 시간으로 표현한다.



시간이란 매번 정확하게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는 멈추기도 하고,

그리움이 밀려올 땐 뒤로 돌아가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2화에서 프리렌은 인간들이 세운

힘멜의 동상의 주변을 꾸며줄 꽃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오래전 힘멜이 자신의 고향에서 핀 창월초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해 낸 프리렌.

본 적이 있는 꽃만 마법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 창월초는 그 사이 멸종되어 볼 수 없었다.

제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프리렌은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숨어있던 창월초를 찾게 되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기억은 남는다.

우리의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어느 시점에는 함께 있었고,

그 존재가 이미 이 세상에 없어도 시간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 공감할 수 없는 존재일 프리렌을 보며

공감,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에서는 인간이 먼저 죽고

프리렌이라는 엘프가 남아 인간을 추억하지만,

우리도 강아지, 고양이와 같이 살며 비슷한 경험을 한다



나는 앵무새, 고양이, 거북이를 키우며

언제는 먼저 떠나보내기도,

함께 커가기도 하며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즉 수명의 경험이 프리렌과 우리를 연결시켜 주는 셈이다.



엘프 종족인 프리렌은 오래 사는 만큼

감정이 없는 듯한 존재이다.



우리는 왜 그런 프리렌을 보며 사랑을 느꼈을까.



우리가 개나 고양이, 앵무새 혹은 그밖에 어떤 존재든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 서로를 만나

마음이 따뜻했다면

그것이 사랑이고,

프리렌을 보며 잠시나마 느꼈을 것이다.

먼저 떠나간 이와의 추억을…



<장송의 프리렌> 은 이렇게 애틋하게 떠나보낸 이를

소환하는 마법 같은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렸다면

그건 우리와 엇갈린 시간 속에서

이제는 떠나간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들이 기억났기 때문일 것이다.


각기 다른 속도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만났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송의 프리렌> 제목에서의 ‘장송’

누군가에겐 그저 나이 많은 나무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일 것이다.



그대의 프리렌은

그저 오래된 나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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