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한 이 책에 다음과 같은 머리말을 썼다.
어린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하찮은 남의 물건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별것도 아닌 것일지라도 합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서는 안 된다.
정직하고 슬기로운 어린 시절은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아름다운 생을 이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세상을 살아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어떻게 올바른 자세로 임해야 되는지를 알게 하려는 의도에서 이 글을 썼다.
글은 초등학생인 손녀와 함께 썼고, 그림은 고등학생인 외손녀가 중학생 때 그렸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동네의 골목에는 의레껏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콩나물, 두부 등 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것은 다 있었다. 물론 어른이나 아이들의 간식거리도 골고루 있었으니 매우 유용한 곳이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아이가 친구와 함께 '라면 땅'이라는 십 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그곳에서 훔치다가 주인에게 들켰다. 그때는 동네사람들 거의가 다 서로 알고 있는 터이라 당연히 부모에게 전해졌다.
아이는 부모에게도 많은 꾸중을 들었지만 당시에 대학에 다니고 있던 나는 그 정도로 끝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자를 못 사줄 형편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 바늘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나는 아이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야단을 쳤을 뿐 아니라 아직 한글도 잘 모르지만 매일 반성문을 쓰도록 하였다. 그것도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장씩.
훗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조카는 "그때 얼마나 무섭게 혼났는지 그 이후 다시는 남의 물건은 길에 떨어진 것도 줍지 않았다."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정직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