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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May 08. 2022

9. 나비의 모험



 온통 연두 색의 들판에는 포근한 햇빛이 내려앉았습니다.

 나비들은 그 고운 날개를 팔랑이며 가지 각색의 꽃들 사이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쁜 파랑새 한 마리가 파르르 날아오더니 빨강 나비에게 물었습니다.

 "나비야, 너는 바다에 가 본 적이 있니?" 

 "응? 아니. 거기가 어딘데?"

 "우리들은 이 들판과 저위에 있는 산에서만 사니까 모르나 봐. 우리 둥우리에 뻐꾸기  아저씨가 와서 그러는데 바다는 아주 넓고 물로 가득 차 있어서 멋지고 시원한 곳 이래."

 "그래? 그렇게 멋있는 곳에 가보면 좋겠다. 우리 같이 가 볼까?"

 "그런데 우리 엄마가 거기는 너무 멀어서 가면 못 돌아올 거래."

 " 오지 못하면 그렇게 멋진 곳에서 살지 뭐가 걱정이야?"

 "하기는 그렇겠네. 하지만  엄마가 허락해 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는 엄마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어."

 "그곳에는 우리가 먹을 것도 많겠지?"

 "그럼, 당연히 더 맛있는 것도 많이 있을 것 같아."

 "와, 좋겠다. 파랑새야 알려주어서 고마워. "

 빨강 나비는 평소에도 여기저기 새로운 곳에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파랑새의 이야기를 듣고 난 나비는 마냥 들떠서 머릿속으로 바다를 그려보았습니다.

 '바다는 물이 가득하다니 그 물은 무슨 색깔일까? 비가 올 때 내리는 물과 같으려나? 아니야 더 멋진 색깔일 거야. 그럼 예쁜 노란색, 아니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일지도 몰라. 아무튼 나는 꼭 가볼 거야. 그런데 나 혼자 가는 것은  무섭다. 파랑새와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아, 맞아 언니에게 말해보자.'

 나비는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언니는 "안돼. 우리는 한 번도 이 들판을 떠나본 적이 없잖아. 나는 두려워. 그리고 가는 길도 모르잖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언니, 그러니까 나는 너무 답답해. 멀리 멀 리에는 멋지고 새로운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이 좁은 곳에서 맨날 똑같은 것만 보며 살아야 하니 너무 지루해. 나는 더 높이 훨훨 날아서 더 아름다운 세상에 가보고 싶단 말이야."

  " 하지만, 여기보다 더 좋은 곳 인지,  아니면 우리가 먹을 달콤한 꿀도 없는 곳인지 모르잖아. 내 생각에는 꿀보다 더 맛있는 것은 없을 것 같아."

  "언니도 참. 더 맛있는 것이  틀림없이 있을 거야. 언니가 가기 싫으면 나 혼자 갈 테야."

  언니 나비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는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비는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온 어느 날  얇디얇은 날개가 너덜너덜 해지도록  힘들게  어린 나비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병이 나고 말았지요. 그래서 몹시 슬픈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동생을 혼자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동생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고 떼를 쓰니 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걱정만 가득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언니는 동생과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은 산을 넘고 들판을 여러 번 지나야 하는 험한 길이었습니다. 제때에 꿀을 찾을 수 없어 배가 고픈 때고 있었고, 힘이 들어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지요.

 그러나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바다는 정말로 넓고, 시원스레 출렁이는 바닷물 소리도 멋진 신기한 세상이었습니다.

 푸르른 하늘에서는 하얀 구름 아래로 갈매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줄을 지어 가는 그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웠지요. 

  "와! 바닷물은 파란색이구나.  보라색이 아니라도 좋아. 아름다운 색깔이야."

  동생의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언니 나비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 가운데의 바위에 앉아 또 새로운 것을 찾아보는데 배가 고파왔지요. 무엇을 먹을까 하고  아무리 주위를 살펴보아도 꽃도 없고 당연히 꿀도 없었습니다.

 "언니, 배고파. 그런데 왜 먹을 것이 없는 거지?"

 "글쎄. 아무리 찾아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네. 온통 푸른 물뿐이야. 어떡하지?"

 그때 커다란 고래 할아버지가 바위 주위를 빙빙 돌더니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이곳에 왜 왔느냐?"

 언니 나비는 무서워서 간신히 작은 소리로 말했지요.

 "바다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해서 왔습니다."

 "뭐라고? 허허. 바다는 물론 살기 좋은 곳이지. 하지만 그것은 물고기에게  좋지 너희들은 여기에서 살 수가 없단다. 너희들의 그  고운 날개가 바닷물에 젖으면  죽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리고 이 바다에는 꿀이란 것은  없지."

  "아, 어떡해. 언니."

 동생의 우는 모습을 보자 언니는 동생을 안아 주었으나 두려움에 눈물만 흘렸습니다.

 "울지 말고 내 말을 잘 들어라.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이고, 밤이 되면 바람이 몰려와 바닷물이 이 바위 위까지  찰 것이다. 그러니 어서 어둡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너희들이 저 숲이 있는 곳까지 가기 전에 해가 질 것 같으니 어쩌나? "

  "네? 해님이 저렇게 환한데요?"

  "그래도 해님은 저 수평선을  금방 넘어가지. 안 되겠다. 내 등에 타거라. 내가 데려다 주마."

 무섭기만 한 고래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너무나 고마웠지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고래 할아버지는 나비가 등에 타자 쏜살같이 헤엄쳐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비가 물에 젖지 않게 하려고 천천히 가고 있는데도 나비에게는 무척이나 빠르게 생각되었지요. 

 바닷가에 이르자 할아버지는 "다시는 이곳에 오면 안 된다."하고 나비들을 내려놓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나비는 바닷물이 출렁이는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했지요.

 "언니 미안해. " 

 "그래, 앞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가지 마. 이렇게 위험한 일이 닥치기도 하니까."

 "알았어. 그래도 나는 바다가 너무 좋아. 이렇게 멋진 바다가 있는 줄도 몰랐잖아. 고래 할아버지도 우리를 도와주시는 것을 보면 다른 물고기도 다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이 바닷가 숲에서 바다를 보며 살고 싶어. 여기서 살다 보면 언제인가는 고래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야. 언니는 어때?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음, 글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 좀 해 봐야겠어."

 "그래? 그럼 기다릴게. 마음을 정하면 알려줘."

 동생은 언니도 이곳에 살고 싶어 하기를 바라면서 팔랑팔랑 춤을 추었습니다.

 동생 나비는 수평선 너머 빨갛게 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저 바다 너머에는 또 어떤 세상이 있을까? 어쩌면 더 찬란한 세상이 있을지 몰라. 가 보고 싶다.'  하며 바다 끝이라도 볼 것처럼 더 높이 날아보려 날개를 활짝 폈습니다.

 언니는 그 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습니다.

 '귀여운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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