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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May 31. 2022

13. 내 마음에 꽃이 피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 한 손녀가 부채를 선물로 주었다.

 거기에는 작은 그림과 함께 커다란 글씨로 ‘내 마음에 꽃이 피었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자 갑자기 낙엽이 흩날리던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색색의 꽃이 활짝 피어오르는 듯하여 얼굴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나는 손녀를 꼭 안으며 “우리 아이린의 마음에는 어떤 꽃이 피었을까?”하고 물었다.

 “음,제 마음에는요 이 세상의 모든 예쁜 꽃들이 다 피었어요. 그뿐인 줄 아세요? 나비들도 꽃을 찾아 날아와요. 또 벌들도 오고요.” 

  “호호,그렇구나. 아이린의 마음은 아름다운 꽃동산이네.”

  “할머니, 그것 말고 또 있어요. 여기 이 작은 토끼도 와서 놀고 싶대요.”

  “오호, 그러네 토끼가 세 마리나 왔구나.”

  “네. 그래서 다 같이 재미있게 놀려고요. 그런데 할머니 만약에 슬퍼지면 내 마음에는 비가 내릴까요?”

 “으음, 그럴까? 아이린도 슬플 때가 있었나?”

 “그럼요, 며칠 전에 학교에서 오는데 아파트의 화단에 눈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그 위에 새 한 마리가 있는 거예요. 친구와 나는 새가 왜 누워있나 하고 가보았더니 죽어 있었어요.”

  “아이고,그런 일이 있었구나. 얼마나 놀랬을까?”

  나는 손녀의 작은 몸을 다시 감싸 안았다.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새는 왜 죽었을까요? 추워서 죽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친구와 나는 땅을 파고 묻어주며 낙엽을 많이 덮어주었어요. 그런데 땅이 얼어서 깊게 파지지 않았어요. 괜찮을까요?”

  “참, 좋은 일을 했구나. 괜찮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

  “할머니,새는 정말 추어서 죽었을 까요? 아프거나 배고파서 죽은 것은 아닐까요?”

  “글세,어쩌다 죽었을까?”  

  나는 차마 '모든 생명체는 언제인가는 다 죽는 거란다.'라는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불쌍해요. 지금 쯤 하늘나라에 잘 가서 있겠죠?”

  “그럼.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야.”

  “내일 다시 가볼까요? 잘 갔나.”

  “아니야 그러지 마. 틀림없이 잘 갔어.”

  “슬픈 일은 또 있어요.”

  “응? 어떤 일이 우리 손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어떤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많이 죽었대요. 그런데 어린아이도 죽었다고 하는 거예요. 너무도 슬퍼요. 왜 어른들은 전쟁을 하는 거예요?”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러게나 말이다.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여러 나라에서 많이 일어났으니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우리나라에도 많은 전쟁이 있었지. 슬픈 일이야.”

  “할머니 제가 크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할 거예요.”

  “오호, 그래? 참으로 좋은 생각을 했구나.”

  “제 짝 빈 이하고 얘기했는데요. 우리가 좋은 방법을 찾았어요.”

  “좋은 방법이 있었어?. 어떤 것일까?”

  “빈 이하고 약속했는데요, 우리가 커서 이 세상의 무기를 다 없애자고 했어요. 총이나  이런 무기가 없으면 싸우지 못할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거예요. 그런데 그때까지가 걱정이란 말이에요.”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이 세상의  많은 나라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너희들이 빨리 커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도록 할머니도 응원할게.”

  “네. 할머니. 꼭 지켜봐 주세요.”


  그러한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아이들도 걱정을 많이 해야 하는 세상이 어른으로써 부끄럽다.

  제발 아이린의 마음에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이 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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