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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May 29. 2022

12. 미인

 


  “으응, 엄마는 그래서 미인이구나.”

 다섯 살의 딸아이가 TV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광고에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하는 것을 보고 한 말이다. 

 “엄마,미인 맞지? ”

 “그럼,엄마가 미인이니까 우리 딸도 이렇게 예쁘지.”

 아이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안겼다. 엄마가 얼마나 잠을 많이 자길래 아이가 저런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전해 지나보다.

 ‘그래,네가 보기에 미인이면 나도 오늘부터는 미인인 거야.’


 ‘미인’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들으면 기분 좋고,  더러는 그 위력이 대단할 때도 있다. 

 오죽하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삐뚤어졌어도, 양귀비의 눈썹이 1mm만 짧았어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하는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삐뚤어졌으면 그 당시 세계 제일의 로마 권력자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가 좋아했을 리는 절대로 없다. 그들의 연인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어쨌던지 간에 조금이라도 바뀌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그렇게 총명한 여자가 젊은  나이에  그것도  독사에  몸을  맡겨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일컬어지는 양귀비,서시, 왕소군,초선의 삶은 어땠을까?  


 양귀비는 원래 현종의 며느리였다. 미인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며느리 중에서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이고, 현종이 자기의 비로 삼을 생각을 했겠는가? 양귀비가 화원에서 자기도 모르게 함수화를 건드리자 함수화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렸다고 한다. 그것을 본 현종은 절세가인이라 했다. 그러나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당은 현종이 56세에 22세의 양귀비에게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으니  결국은 안사의 난이 일어났고, 이후 당은 멸망의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이로써 40도 채 안된 양귀비는 당을  망하게  한  장본인이라 하여 죽을 수밖에 없었다.


 서시는 춘추전국시대의 월나라에서 가난한 나무꾼의 딸로 태어났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를 본 물고기도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렸다 한다.

 그녀는 오나라의 왕 부차의 마음을 사로잡아 사치와 향락을 일삼게 되어 결국 오를 멸망케 하였다.

 그 후 월나라의 왕 구천의 후궁이 되었으나 왕비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서시는 가슴앓이 병을 앓고 있어서 항상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는데,그 모습도 아름다워 여자들이 흉내 내고 다녔다 하니 가히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만하다.


 왕소군은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그 아름다움을 보고 날갯짓을 멈추어서 떨어졌다 하여 낙안(落雁)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원래는 한나라 원제의 궁녀인데 왕은 후궁이 하도 많아 그녀들의 초상화를 그려오게 했다. 그러하니 후궁들은 돈을 주고 더 예쁘게 그리도록 하였으나 왕소군은 돈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싫었다. 그러자 초상화를 그리는 모연수가 그녀를 추녀로 그려 왕에게 바쳤으니 왕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때 한나라에 흉노족이 침입하자 왕은 후궁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하였다. 흉노는 당연히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소군을 데리고 갔다.

 그때서야 미모의 왕소군을 보게 된 왕은 모연수를 죽였다고 한다.


 초선은 너무도 아름다워 달도 구름 사이로 숨어버렸다 하여 폐월(閉月)이라 한다.

 후한말의 왕윤은 동한을 빼앗으려는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늙은 동탁에게 양녀인 초선을 바쳤다. 초선은 동탁의 양자인 젊은 여포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일이니 왕윤의 속셈은 알만하다. 이로 인해 동탁과 여포는 원수가 되고 결국 왕윤은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게 한다.

 후에 여포는 초선을 첩으로 삼았다.

 초선의 이야기는 삼국지에 등장하는데 실존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모두 천년에서 이천 년 전의 인물이라 그 실제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 얼마만큼 아름다웠는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두 행복한 삶을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인이 아니었다면 오래도록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세기의 미녀들로 일컬어지는 여인들을 보면 그 아름다움은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가장 예쁜 여인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일컬어진다. 그녀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 클레오파트라 역으로 출연했을 때는 클레오파트라도 저만큼 예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우아한 아름다움의 소유자로 이름난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비가 되기도 하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는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오래도록 명화로 꼽힐 수 있을까 싶어 진다.

 그 외에도 미인으로 불러주기에 충분한 사람들이 많다.


 세기의 플레이보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는 73세로 죽을 때까지 무려 120명의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 여인들은 모두 미인이라서 카사노바의 마음에 들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미인으로 태어난 것은 더 할 수 없는 행운이다. 

 실은 여자들도 미남을 더 좋아한다.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이든 간에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얼굴을  찡그릴 사람이  있겠는가.

 하물며 사람이야. 

   그러다 보니 오늘날에는 성형외과가 성행하게 되고 많은 이들이 두려움을 감수하며 찾곤 한다.

 하기야 예뻐질 수만 있다면 그만한 용기는 내 볼만 할 것 같다.

 헌데 옛말에 미인 소박은 있어도 음식 잘하는 여인 소박은 없다고 했다. 글쎄~.


 어찌 되었든지 간에 딸에게 최고의 미인은 엄마이고,엄마에게 최고의 미인은 딸이다.

 그런고로 내 딸과 나는 미인이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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