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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by 궁금하다

노무현의 삶과 유시민의 삶.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선택지가 두 개다.

'너는 어떤 삶을 고를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노무현을 잘 모르지만 강렬한 느낌이 있다. 영웅의 비상과 죽음, 사람들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끌림. 그리고 나는 유시민을 잘 모르지만 참 매력적인 인생이다.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의 대중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삶.

친한 형님 하나는 유시민으로 한번 살아보고 싶단다. 머리 좋은 사람으로, 그러니까 아주 머리 좋은 사람으로 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단다. 나도 다시 한번 삶을 살고, 둘 중에 하나의 삶을 고를 수 있다면 유시민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전에 유시민은 '옳은 이야기를 어떻게 저리도 싸가지 없이 이야기 하나?'라는 평을 들었던 것 같다.(그 국회의원 선서할 때 흰 바지를 입고 나왔던 시절이었던 듯) 그러나 지금 유시민은 자신의 부족함을 그대로 인정한다. 원인은 사람을 얻지 못한 것,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등을 말한다.

유시민은 말한다.


옳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폭넓은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로서는 무엇보다 먼저 내 잘못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내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왕왕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느꼈다.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를 원하면서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적게 했다. 그렇게 하면 소통과 협력을 이루어내기 어렵다. 어디 정치만 그렇겠는가? 사업을 하든, 기업이나 정부에서 조직 생활을 하든, 일을 잘하려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이제는 돌아와 국화 옆에 서 있는, 내 누님 같은 느낌의 소회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목으로 뽑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해서 oo라고 힐난하는 느낌은 없다.(니체 형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편히 볼 수 있었다.

스스로의 삶을 계획해서 제 잘난 맛에 열심히 살면 된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을 사는 것,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살면 된다. 그렇게 말한다. 틀린 이야기도 아니고 특출 난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래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게 되는 것은 열심히 살아온 형님이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잘은 모르지만)

훗날 나도 후배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들어주는 이야기 한 자락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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