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왜? 제목은 왜 달과 6펜스일까? 왜?
소설은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화가의 삶을 따라간다. 그가 얼마나 개자식인지, 어떤 엿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뻔뻔히 살아가는지. 그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삶이라도 천재라면 용서받아야 한다는 것을 은근히 속삭인다. 과연 그런가?
여기에서 옛날에 읽었던 여러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광염 소나타'라는 김동인의 소설이 있었고(명곡을 쓰기 위해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는) 서정주의 시 '자화상'이 있었다.(아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그 시는 정말 모든 걸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내 주제에 뭐 그럴 처지는 아니었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내는 국으로 조용히 천재의 삶을 우러러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소설이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천재 화가이고, 그는 호구의 대표 선수와 같은 더크 스트로브의 아내와 화실을 빼앗는다.(빼앗으려고, 사기 치려고 한 게 아니고 그냥 결과적으로 빼앗는다) 그리고 호구는 그럼에도 그의 예술적 천재성을 경배한다.
“왜 그럼 스트릭랜드를 내보내지 않았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았거든. 설마 그러기야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 아내는 그 사람이라면 꼴도 보기 싫어했었잖나. 그러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상상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이건 단순한 질투심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네. 나는 말이지, 항상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그런 내색은 절대 않으려고 애써왔거든. 하지만 아내가 아는 남자면 누구에게나 질투심을 느꼈네. 자네도 예외가 아니고 말일세. 난 알고 있었네.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만큼 아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야. 그야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아무튼 아내는 내 사랑을 받아들였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지. 나는 그 두 사람끼리 같이 있도록 밖에 나가 일부러 몇 시간이고 들어가지 않았네. 온당치 않게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한 데 대해 스스로 벌이라도 내리는 심정으로 말일세. 그런데 집에 돌아가보면 그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눈치야. 스트릭랜드가 그랬다는 것이 아니네. 그 사람이야 내가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블란치가 날 반기지 않더란 말일세. 내가 입을 맞추려고 다가서니까 몸을 부르르 떨지 않겠나. 이제 더 이상 의심할 나위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난감해지더군. 내가 소란을 피우면 두 사람 앞에서 나만 바보가 될 게 뻔하고, 그래서 그냥 모른 척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혹시 모든 게 잘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네. 싸우지 않고 그를 조용히 돌려보내기로 작정했단 말일세. 아, 정말 내가 당한 괴로움을 자네가 알기나 한다면”
이라고 말한다.
아. 너무 짜증이 나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천재의 삶이 이런 거라면 나는 천재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나의 열등감.
오래간만에 엄청 재미있게 빠져 읽었다.
그나저나 왜 제목은 달과 6펜스인가?
(책의 후기에 보면 제목 달과 6펜스의 의미를 잘 해설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