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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미야베 미유키)

by 궁금하다

개의 눈으로 사람을 본다는 것. 개의 눈으로 사람을 보면 인간 세상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

그것이 가능하려면 상상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관찰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 소설은 그런 측면에서 참신하다. 물론 철저하게 '개' 같지는 않다.

정말 개가 나를, 또는 인간 세상을 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정말 그렇다면 세상은 이렇게 단순할 수 있을 것 같다.(미야베 소설이 가진 특징일 수도 있다)

탐정 하스미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는 경찰견 출신의 저먼 셰퍼드 마사(이 집에 오면서 둘째 딸 이토코가 붙여준 이름)는 이 집의 첫째 딸 가요코(탐정 사무실에서 조사원으로 근무)와 짝이 되어 이런저런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가요코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홈즈의 친구 왓슨과 같이 이야기의 서술자 역할도 겸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는 아니고 네 개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묶여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든지 가요코의 비정상적인 천재성이 드러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건이 일어나고 의뢰인이 사건을 의뢰하면 가요코와 마사는 주변을 탐문하고 연관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속 사정이 드러난다. 그러면 사건은 해결되고 다음 사건. 이런 식이다.

이 과정을 보면서 올해 있었던 생활지도 사안들이 떠오르는 것은 직업병일까? 아이가 신고를 하면 관련된 아이들을 조사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 후 위원회를 소집해서 교내 봉사로 마무리. 그렇지만 내 경우는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관련된 아이들의 감정, 그 감정의 골을 간단히 흙으로 덮어 놓는 정도? 비가 오면 곧 그 흙들은 모두 쓸려내려 가겠지? 다시 골짜기는 깊어지고 나무들도 돌들도 다시 쿵쾅대며 흐를 것이다.

세상은 탐정 소설의 이야기 구조와는 다른 것 같다. 그래서 탐정 소설, 특히 미야베 미유키의 이 소설은 읽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사건이 발생하면 탐정들은 깔끔히 그것을 해결한다. 혹시 학부모님들이 바라는 것도 그런 것인가? 하지만 그것을 학교에 신고하는 학부모님들도 사건의 전체를 보지 못하고 만족하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나에게 휴식이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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