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 속 세계가 그 자체로 완결된 느낌이 있다.
게다가
이 추리소설의 세계라는 곳은 항상 답이 있다.
현실이야 어디 그렇던가?
현실은 항상 모호하다. 누군가는 학폭이라 절대 연예인으로 성공하면 안 된다고 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하고, 그야말로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절대적으로다가 나쁜 놈도 없고 항상 한결같이 선한 인물도 보기 어렵다.
세상은 그렇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믿을 사람이 없다. 현실은 그렇다. 수십 년 지기라고 하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카뮈 형이 얘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추리소설의 세계를 보라.
소설 속의 인물들은 내면적 고민이 있고 반전이 있지만 모든 것은 세계 안에서 해결된다. 비극이냐? 희극이냐?를 떠나서 결말은 깔끔하다.
그래서 좋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주인공 다카유키의 입장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다카유키에게는 약혼자 도모미가 있고 바로 그 도모미가 결혼준비를 위해 결혼식장인 교회로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도모미의 아버지 모리사키 노부히코(제약회사의 사장)와 아내 아쓰코는 집안의 별장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매년 하는 모임에 올해는 다카유키가 참여한다. 우선 모리사키 내외, 그의 아들 도시아키, 도모미의 친구 아가와 게이코(소설가), 노부히코의 비서인 시모조 레이코, 도모미의 사촌 여동생인 시노 유키에, 유키에를 사모하는 기도 노부오 이렇게 여덟 명의 등장인물이 산장에 모인다. 현관에는 가면이 하나 달려 있었고 그래서 소설 제목이 가면 산장이 된 모양이다.
이렇게 모인 산장, 늦은 밤에 뜻밖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진과 다구가 등장하고 경찰이 두어 번 방문을 하면서 분위기가 쫄깃해진다. 안 그래도 도모미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는 게이코 때문에 심란했었는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고 모임에 모인 인물 중 하나가 또 살해당해서 발견된다.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진과 다구, 더 늦게 도착한 후지(은행강도의 주범이다)까지, 사람들은 인질이 되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도모미의 살해자, 산장에서의 살해범을 찾아내려고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전체적으로 폐쇄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대화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우 연극적이다.
줄거리를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소설의 반전이랄까 하는 것을 벌써 눈치챈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치는 않았다.
소설 속에서, 나름 완결되어 있는 세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런 느낌.
그런 게 좋았던 것 같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그 자체의 세계로 충분한 이 추리소설의 세계.
그것이 나에게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사건의 반전과 심리묘사가 있었지만 그래도 편안했다.
범인은 잡히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다.
그것이 참 좋다.
사는 게 다 스트레스인데, 가끔 이런 세계도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