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마치 멱살을 틀어쥐고, 서서히 목을 조여,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것 같은 느낌.
짧은 문장들이 시종일관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된다.(피곤할 정도로)
언젠가 어디선가 김훈의 문체가 뱀과 같다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도무지 출처를 찾을 수 없다.
정말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쨌든 스멀스멀 기어 와서 내 몸을 휘감는 느낌이 있다. 전에 '칼의 노래'를 읽었을 때 받은 느낌이다.
사실 소설은 결말을 알고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안중근의 이야기에 쉽게 눈이 가지는 않았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김훈의 소설은 문체의 소설이다.
읽을수록 빠져든다. 구구절절한 설명, 구질구질한 느낌이 전혀 없다.
안정근이 울면서 발버둥 치는 안현생을 서울 명동성당 수녀원에 데려다주었다.
-교회의 보호 아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제가 가보니 시설도 훌륭하고 먹는 것도 좋고, 수녀님들도 다들 착하십니다.라고 안정근은 말했다. 안정근의 말을 들을 때 김아려의 표정은 정돈되어서 움직임이 없었다. 김아려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방님. 천주님의 은혜입니다.
안정근이 돌아가자 김아려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안정근은 중근의 동생, 안현생은 중근의 딸, 김아려는 중근의 처)
툭툭 던지는 짧은 말들에서 나는 코끝이 조금 시렸다.
조선을 떠나야 하는 중근의 처가 받는 고통, 그리고 핏덩이와의 이별
신기하게도 나는 눈물이 났다.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인물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친절히 묘사하는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몇 마디의 짧은 말들, 대화들을 통해서 시대를 잘못 만난 젊은이들의 황량하고, 스산하고, 쓸쓸한 내면을 드러낸다.
-이토는 이미 대련에 들어왔다. 내일이나 모레쯤 전용열차로 북행할 것이다. 오늘 아침 대동공보사에서 정보를 얻었다.
-시간이 없구나.
우덕순이 혀로 마른 입술을 적셨다. 안중근이 냉수를 우덕순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자네는 권총이 있는가?
-있다. 광산촌에서 행상질 할 때 호신용으로 사둔 것이다. 중고품을 팔 루블 주고 샀다. 거기서는 다들 총을 지니고 다닌다. 좋은 물건은 아니지만 쓸 만하다.
-총알은 몇 발 있는가?
-세 발 있다. 처음에 열 발 있었는데, 일곱 발로 꿩을 쏘고 세 발 남았다.
-권총으로 꿩을 쏘는가?
-꿩이 가까이 왔을 때 쏘았다. 모두 한 방에 맞혔다. 한 마리는 먹었고 나머지는 팔아서 밥을 사 먹었다.
-꿩을 쏘고 남은 총알로 이토를 쏘는구나.
우덕순이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은 엷게 얼굴에 번졌다.
-우습지만 그렇게 되었다. 겨누어 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총을 많이 쏘아보았는가?
-많이 쏘지는 않았다. 나는 사냥꾼이 아니지만 이토는 꿩보다 덩치가 크니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안중근이 소리 내어 웃었다.
소설을 덮으면서 여러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 인물과 사건에 대한 소설인 만큼 과연 현재는 어찌들 지내는지에 대한 당연한 의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는 소설이 끝나고 각 인물별로 후일담을 간단히 정리해주고 있다. 어떤 이는 어떤 일을 하다가 어떻게 죽었고 또 어떤 이는 또 어떤 일을 하다가 이렇게 살았고 등등
이것도 이 소설이 구질구질하지 않으면서 친절한 점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소설에서 인물, 사건,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많았던 소설이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 소설에서 나는 문체의 마법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