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기는 어렵다(스트루가츠키 형제)

by 궁금하다

소비에트 SF소설, 괜찮지?
있어 보이고 말이야.

남들과 좀 다른 느낌(?), 잘난 척하기에 딱이야. 이런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이야기로만 보면, 재미있는 모험 소설이다. 작가가 좋아했다는 3총사처럼, 주인공 돈 루마타(최고의 검술가)가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대충 이러하다.


안톤, 그러니까 돈 루마타는 지구인이다.

그는 역사학자이고 지구와 멀리 떨어진 어떤 천체에 파견 나와있는 정보원이다.(얼마 전에 읽었던 과거로 돌아간 미래인들에 대한 웹소설 '곰탕'과 비슷한 발상(?)처럼 느껴졌다.)

그는 발전된 지구인들 입장에서 중세 정도의 역사 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는 행성인들을 관찰하고 있다.

돈 루마타는 희망적으로 이들을 가르쳐 좋은 세상을 만들게 하고 싶지만

이 야만적인 행성인 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싹수가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그들은 대개 패배하고 그렇지 못한 인물들이 권력을 쥐고 흔든다.

발전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이용해 이 야만적 행성인들의 역사에 개입할 수는 없다.

나는 이 소설의 작가가 '소비에트의 소설가'이기 때문에 희망 찬 결말로 끝을 맺을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현실을 반영하고 전망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공산주의의 예술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울한 결말 때문에 또 우울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말은 뭔가?


회색의 무리들(히틀러의 돌격대를 상징한다)이 무너지고 성기사단(종교적 원리주의자들이 떠오른다)이 권력을 쥐는 모습

결국 이들은 다 소멸될 운명이라고 보면서도

그들 손에 아끼는 루마타의 친구, 애인들이 죽어 나간다.

아마

안톤은 지구로 돌아와서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을 잃는다.

어릴 적 소꿉친구인 파시카와 안카가 만나며 이야기가 끝난다.

안카는 안톤의 손에 묻은 피(가 아니라 땅 딸기 즙) 흠칫 놀란다.

끝.


결말의 의미는 뭘까?

뭘 상징하고 은유하는 걸까?

산전수전 겪고 이제는 국화 옆으로 돌아온 안톤인가?

결국 계몽되지 못한 자본주의 돼지새끼들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소비에트 소설가 입장에서)

뭔 의미인지 모르겠고, 그것을 또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단지 소설 속 돈 레바에 대한 증오(돈 레바는 베리야를 은유하고 있단다. 스탈린 시대에 숙청을 기획하고 실행했던 자.)가 느껴진다. 그리고 좌절

또한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신'은 '호모 데우스'에 나오는 신과 묘하게 유사하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니도록 진화된 인간.

그리고 미래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과거로 되돌아온 인간.

소설에서 신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지구인인 돈 루마타는 행성의 역사에 정도 이상으로 간섭할 수 없다.)

역사의 발전을 믿는 공산주의자 작가는
인간이 신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미래의 역사 어쩌고 하는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신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 머리가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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