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1,2(이민진)

by 궁금하다

대하소설


사람들은 이 소설을 대하소설로 일컫는다.

일제치하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4대에 걸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마치 신약 성경의 마태복음이 맨 처음 예수님의 족보를 밝힌 것 같이 한 집안의 족보를 보여준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유다는 .....낳고 베레스는 .....낳았으며 .....는 ......를 낳고 .....는 ......를 낳고.....)

훈이와 양진은 선자를 낳고, 선자는 고한수와 백이삭의 사이에서 노아와 모자수를 낳고, 모자수는 솔로몬을 낳았다.

그런 강물의 흐름은 중요하다.

강물은 흘러가지만 어디에선가 발원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 발원지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선자의 씨족은 조선, 조선(부산의 영도)은 선자의 고향, 원류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한인 디아스포라의 소재가 된다.(대표적으로는 유태인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는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고향에 대한 기억과 소속의식을 유지한 채 타지에서의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를 뜻함. 따라서 이들은 두 개 이상의 세계—‘고향’과 ‘정착지’—사이에서 정체성을 형성함.


작가 이민진은 8살에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 1.5세대라고 한다.

그는 유태인의 디아스포라를 아주 인상 깊게 본 것이 아닐까?

유태인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학살을 당하기도 했고, 그래서 서양인들에게 유태인들의 디아스포라가 경외의 대상이자 신비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불순하지만, 미국인 이민진에게도?)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이민진의 인터뷰를 보면서 저분은 미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인의 디아스포라도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면서도

어떤 고정관념 같은 것이 느껴진다.(외국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리즘


한참 전에 딸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이 떠오른다.

영화에서 물을 상징하는 남자 주인공과 불을 상징하는 여자 주인공

결국은 백인 남자와 동양인 여자가 태생적 차이를 극복하면서 사랑을 이루는 줄거리 진행과정에서

너그러운 백인, 마지막에 동양인 무리들이 영웅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는 모습들

이런 이미지들이 음청 껄끄러웠었다.

이게 다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한 선입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헛웃음이 났었다.


이 소설에서도 선자, 경희, 요셉 등 등을 통해 드러내는 남녀 간, 가족 간의 윤리

동양에서는, 또는 한국인들은 이렇다는 어떤 신화 같은 것이 느껴져서 조금 불편했다.

참고 견디는 한국의 어머니.


그리하여 다시

문제는 리얼리즘이다

라는 명제로 돌아갈 때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라는 소설 구성의 3 요소가 짬뽕되어 리얼리즘, 즉 설득력을 얻고 문학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뒤로 빠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2권으로 넘어가면서 억척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던 선자는 지리멸렬하게도 우둔한 자식 집착녀가 되어 버렸고

나쁜 남자로서의 매력을 뿜어내던 고한수는 그야말로 야쿠자 두목일 뿐으로 내려앉았으며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던 경희는 색깔을 잃어버렸고

문제적 인물이 될 수 있었던 노아는 갑자기 소설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소설의 첫머리에 밝힌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라는 그 주제의식을,

조선인이 파친코밖에 할 게 없는 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등바등 살아내고 있었다는 그 주제의식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려는 욕망에 소설 자체의 문학성이 먹혀 버린 것은 아닐까?


참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뭔지 모를 껄쩍지근함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P.S.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쓰는 찰진 부산 사투리는 어디까지나 번역가의 노고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영어에는 부산 사투리가 없으니) 다시 한국어판을 내게 된다면 번역가에 대한 감사도 꼭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끝없는 오지랖.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윌리엄 포크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