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겹쳐진 얼굴, 가려진 눈빛

#Scene Triggered: Persona

#Scene Triggered: Persona (1966), directed by Ingmar Bergman

두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장면에서 H는 '정체성 해체(identity dissolution)'와 '거울 전이(mirror transference)'를 경험한다.

스크린은 천천히 줌인했고, 어느 순간 두 얼굴은 하나로 겹쳐졌다.

눈과 입은 서로 뒤섞이며,

한쪽은 표정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림자였다.

어느 순간,

H는 그녀를 보는 건지 나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얼굴은 경계가 아니라 표면이 되었고,

정체성은 필름의 균열처럼 덧입혀졌다.


expressing the oveall tone of melancholy and inner turmoil

#Conversation snapshots

Y: 저건 네 얼굴이야? 아니면 그녀의 얼굴이야?

H: 둘 다일 거야.

나는 말하지 못한 표정을 그녀에게 입혔고,

그녀는 내 침묵을 얼굴로 되돌려줬어.

우린 서로의 거울 속에서,

정체성을 잃으면서 동시에 발견했지.


#Self-inquiry of H

나는 얼굴을 가린 초록 사과, 르네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을 떠올렸다.

회색 정장의 남자, 얼굴을 가린 초록 사과.

얼굴이 있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그 역설적 진실을.


진료실에서도 나는 이런 순간을 목격한다.

“내가 나인지 모르겠다”는 환자의 말.

그 고백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타인의 얼굴에 비친 자신이 나를 대신해버리는 감각이었다.


#Conversation snapshots

Y: 그건 해체였어, 아니면 합쳐짐이었어?

H: 해체였어.

합쳐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균열이었지.

나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이상 하나도 아니었어.


#Unspoken Frame


녹색 사과로 얼굴을 가린 자화상

르네 마그리트 〈사람의 아들〉 —

얼굴을 가린 초록 사과.

눈은 가려져 있고, 표정은 닫혀 있다.

그것은 정체성의 은폐이자 자기 부정의 상징이다.

페르소나의 겹쳐진 얼굴과 마그리트의 가려진 얼굴은,

결국 같은 전략이다.

정체성은 드러나지 않음으로써만 존재를 증명한다.


double exposure: where a person and a landscpe are layered

#정신의학적 주석

이 장면에서 H는 identity dissolution (정체성 해체)와

mirror transference (거울 전이)를 경험한다.

Identity dissolution: 자기와 타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자아가 단일성 대신 파편으로 경험되는 상태.

Mirror transference: 타인의 얼굴이나 태도 속에서 자기 모습을 확인하려 하지만,

결국 타인과 자신이 구분되지 않게 겹쳐지는 현상.


이는 소멸 이후에도 남는 파편적 귀환이다.






keyword
이전 06화침대 끝의 거리만큼 부식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