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Triggered: Nymphomaniac(2013)
#Scene Triggered: Nymphomaniac (2013), directed by Lars von Trier
마지막 장면,
조는 자신의 이야기를 언어가 닿을 수 있는 끝까지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 서사를 듣던 셀리그만은 결국 중립적 청자가 아닌 또 하나의 침입자로 드러난다.
(본인은 무성애자임으로 무해하다고 자칭한다.)
어쨌든, 그녀의 삶은 진정한 이해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의 성적 욕망에 전유되었다.
조는 마침내 총구를 셀리그만에게 겨눈다.
그 총알은 끝이 아니라, 남들이 덧씌운 왜곡된 렌즈를 깨뜨리는 선언이었다.
#Conversation snapshots
Y: 왜 조는 이 장면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나?
나: 반복된 오해와 오독 속에서 언어는 타인의 욕망이 투사되는 표면이 된다.
이 총알은 바로 그 왜곡된 렌즈를 산산조각 내는 선언으로 읽힌다.
나: 조의 삶은 'identification with the aggressor'(공격자와의 동일시)의 흔적을 품고 있다.
폭력에 의해 규정된 주체는 때때로 그 폭력의 언어와 방식을 내면화하며 살아남는다.
조의 반복적 자기 파괴는 단순한 쾌락 탐닉이 아니라,
자신을 규정해온 타인의 욕망을 자기 안에서 재연하며 생존하려는 전략이었다.
나: 여기서 쾌락은 언제나 수치와 함께 재연된다.
채찍 아래서 감각이 되살아나는 순간, 수치와 쾌감은 하나의 고리로 얽혀 있었다.
조가 그 회로 안에 머무는 한, 살아 있음은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었다.
나: 그 총알의 울림은 조의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어와 침묵이 반복적으로 소비당하고,
끝내 일그러진 욕망에 편입되었던 모든 이에게도 울려 퍼진다.
이 총알은 단순히 셀리그만이라는 개인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너희의 언어로 살아남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소비된 언어를 회수하려는 보편적 몸짓이었다.
#Unspoken Frame
조의 총알은 단순한 자기 방어가 아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수치와 쾌락이 얽힌 폭력적 회로 안에서 생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그녀를 둘러싼 삶의 구조 자체를 거부하는 결단이었다.
중립적 청취라는 가면을 찢고, "내 이야기를 너희의 욕망의 언어로 소비하지 마라"는 최후의 발화.
그 총알은 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주체의 시도로 울렸다.
그리고 나는, 그 총알의 메아리 속에서 언어와 욕망의 긴장 속에서도 스스로를 회수하려는 의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