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t of an Uninhabited Home
지중해 재즈는 본래 햇살, 휴가, 그리고 푸른 바다를 연상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H가 이 음악을 트는 순간은 비가 내리고, 하늘은 방 안의 공허함과 똑같이 회색빛으로 물든 일요일 아침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ZkO0wn72ys&list=LL&index=8&t=2934s
이 배경과 소리의 불일치야말로 멜랑콜리의 정점입니다. 음악은 고독을 감싸주는 위로가 아니라 오히려 이 공간에 부재하는 활력을 날카롭게 상기시킵니다. 마치 꿈속에서 본, 사람은 사라지고 식물만 남은 '빈집'처럼, 음악은 삶의 따뜻함을 연주하지만 그 온기는 H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에 맴돕니다. 이 스타일의 재즈는 즉흥성이 돋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재즈 특유의 느리고 반복적인 코드 진행이 깔려 있습니다.
음악은 "질문의 미로 속을 영원히 헤매게 된다"는 H의 내면을 소리로 구현합니다. 멜로디가 끊임없이 순환하며 해방되지 않는 것처럼, H의 꿈속에서 전 파트너의 차가 '곁을 스치고, 멀어지기를 영원히 반복하는' 움직임을 음악적 리듬으로 표현합니다. 해결도, 충돌도 없는 '영원한 근접성(perpetual proximity)'의 감각을 끊임없이 연주하는 것입니다. 공간을 넓게 채우는 아련한 멜로디와 여백은 '씨 펜넬'이 상징하는 '해결되지 않은 기억의 눅진한 습기'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의 불안정함을 공간적으로 확장합니다. 음악은 H에게 도피를 약속하는 대신, 그 축축한 고독 속에 머무르라는, 가장 냉정하고 감각적인 초대를 건네는 것입니다.
H dreamed of that old apartment again, of the rented apartment where she once lived when everything was just beginning with him. In the dream, smaller, younger version of H—occupied that place with her former family. Yet the house was unlit, the air still, the rooms hollow. From the street H could see only the veranda plants: a monstera leaf torn open, trembling like paper in the wind; a spindly polyscias, thin enough to topple with the next breath. Relics of a life abandoned, survivors left to hold the space.
H never entered with her body. Only her spirit crossed the threshold, slipping in silently, catching glimpses of the familiar emptiness. It was not strange; it was too known, a place H had longed for and paid dearly to inhabit.
Even there, the scent of Molton Brown’s Coastal Cypress and Sea Fennel clung to her like atmosphere. It did not settle as land or sea but lingered in the unsettled space between: the coast where memory turns damp, horizons stretch unstable, and nothing resolves. The cypress, sharp with metallic greenness, was the architecture itself: cold lines carved at great cost. Beneath it rose the sea fennel, saltwater and dark soil, the scent of raw persistence, of a spirit sneaking through an uninhabited home. It carried the brine of unshed tears, clean yet saturated, like a wool coat left too long on a fog-soaked pier.
The dream shifted. H was in a colleague’s car, crossing streets, roads that had once become her own terrain. Alongside us, the car of her last partner— whose divorce H had only recently heard of—kept brushing near, veering close then away. H kept checking the mirrors, searching for a glimpse of her own face reflected into his line of sight. That search, more than his presence, haunted her.
When H woke, she said only that she felt empty, heavy with pain. Rain blurred the sky into the room’s grey, and the Mediterranean jazz on the speakers—meant for sunlit escape—only underscored the damp solitude. The fragrance clung still, no longer body wash but atmosphere, the smell of the unresolved.
Melancholy, H realized, is not a fever that burns and breaks. It is a weight that soaks deep into the fabric, a scent that refuses to leave. It mirrors the endless glide of a car drifting close, never touching, perpetually out of reach.
H는 오래된 아파트를 다시 꿈에서 보았다. 모든 것이 시작되던 그 시절, H가 세 들어 살던 곳.
꿈속에서 그곳은 옛 가족들이 머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방들은 불이 꺼져 있었고, 공기는 정지되어 있었으며, 고독한 허기만이 감돌았다.
거리에서 보인 것은 오직 베란다에 남겨진 식물들뿐이었다.
괴물처럼 잎이 찢겨진 몬스테라 잎은 바람에 종이처럼 떨렸고,
작은 칠엽수는 너무 가늘어 다음 숨결에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그 식물들은 마치 버려진 삶의 흔적처럼, 그 공간을 지키기 위해 홀로 남은 생존자 같았다.
H의 몸은 결코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 오직 그녀의 정신만이 문턱을 넘나들며 침묵 속에 스며들어, 익숙한 공허함을 엿볼 뿐이었다. 낯설지 않았다. 그곳은 H가 그토록 열망했고, 결국 그곳에 머물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던, 너무나 잘 아는 장소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부재의 공기만이 맴돌았다. 한때 의자가 놓여 있던 희미한 윤곽, 오직 아이의 발자국의 유령만이 찍힌 먼지.
꿈속에서조차, H는 바디워시 향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몰튼 브라운의 코스탈 사이프러스 앤 씨 펜넬(Coastal Cypress and Sea Fennel).
그 향은 지상도 바다도 선택하지 못하고 경계의 공간에 머물며, 대기처럼 H에게 달라붙었다.
기억이 축축하고 무겁게 드리우고, 수평선이 끝없이 불안정하게 펼쳐지는 해안의 냄새였다.
사이프러스는 바위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굳어진 이끼처럼, 금속성 녹색을 띠는 날카로운 향으로 공간을 갈랐다.
그 향은 푸른 금속성을 띤 날카로움으로, 삶의 대가를 치러 새겨진 차가운 선으로 짜여진 성취와 고독이다.
그 아래에서는 씨 펜넬이 짠물과 눅진한 흙 냄새를 머금고 피어올랐다.
거주자 없는 집을 맴도는 H의 영혼이 지닌 향은
깨끗하지만 축축하게 젖어, 마치 안개 낀 부두에 너무 오래 방치된 울 코트처럼 느껴졌다.
꿈은 전환되었다. H는 차를 타고 압구정에서 익숙한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옆 차선에서 그녀가 오래 전 떠나간 파트너 차가 끊임없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검은 창문은 그녀가 탄 차의 흐릿한 옆 창문 그림자 외에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H는 사이드 미러와 백미러를 계속 확인하며, 자신의 얼굴이 그의 시야에 비치는지 끊임없이 찾았다. 그의 존재보다, 자신이 그에게 비치는가에 대한 그 집요한 탐색 자체가 H를 괴롭혔다.
H는 새벽 첫 버스가 출발하는 소리처럼 익숙한 공허함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지중해풍 재즈, 햇살 가득한 탈출을 위해 선택한 음악은 오히려 이 축축한 고독을 강조할 뿐이었다.
코스탈 사이프러스 앤 씨 펜넬의 향기는 여전히 대기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더 이상 바디워시가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기억 그 자체의 냄새였다.
그 순간 H는 깨달았다. 멜랑콜리는 불처럼 타올라 소진되는 열병이 아니다. 그것은 섬유 깊숙이 스며들어 축축한 무게를 더하는 습기이며, 끊임없이 가까이 다가왔다가도 결코 닿지 않고 영원히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배회하는 자동차의 움직임처럼, 떠나기를 거부하는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