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으로 채우는 당연함

by 조스톤

가끔은 나도 내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 심술이 날 때가 있다. 심술보가 한번 터지면 그동안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든 것들에 시비를 걸고 싶어진다.


오빠 나 진짜 사랑해?’ 데이트 중 밥을 먹다가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도, 한가로이 공원을 거닐다가도 심술보가 한번 꿈틀대면 그에게 백번도 넘는 대답을 들은 질문을 다시금 입밖에 내뱉곤 했었다.


당연하지!’ 내 질문에 항상 돌아오는 그의 대답도 매번 같았다. 결혼 전에는 그의 ‘당연하지’라는 대답이 도대체 얼마나 당연한건지, 50% 당연한건지, 100% 당연한건지 확신이 없었다.


데이트를 하기 전 함께 가면 좋을 맛집이나 명소들을 찾는 나의 노력이나,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새어나오는 사랑을 글에 꾹꾹 눌러 담아 깜짝 편지를 써주는 내 모습이 그에게는 자주 보이지 않아 그랬던 것 같기도하다.


속물 같긴 하지만 가끔 그가 기념일에 꽃이나 선물을 주는 날이면 그 당연함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기를 다섯 해, 우리는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신혼집 침대를 샀지만 방이 좁아 통창에 딱 붙여 침대를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창 옆에서 자야하는 안쪽 자리는 화장실을 갈 때 옆 사람을 넘어서 가야하고, 겨울에는 통창 사이사이 냉기가 스며들어와 여간 춥고 불편한게 아니였다. ‘나 침대 안쪽 자리 답답해 오빠가 써’ 내 한마디에 그는 군말 없이 침대 안쪽 자리의 주인이 되었다.


화장실에 락스 뿌렸으니까 들어오지마’ 결혼 전부터 화장실 청소는 락스로 해야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그였는데, 매번 머리 아픈 락스 냄새에 쓰러질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항상 화장실 청소 당번을 자처했다.


동료분이 여행가서 간식사오셨더라구. 자기 과자 좋아하잖아’ 5분이면 먹어 없앨 수 있는 과자를 퇴근 후 나눠 먹겠다고 집까지 들고오는 그였다.


덜렁대는 습관 때문에 아침에 방전된 휴대폰을 보며 전날의 나를 원망하던 아침의 시작은, 그와 결혼한 이후 내가 자는 사이 내 핸드폰까지 충전해주는 그 덕분에 잊은지 오래였다.


그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를 위한 사소한 노력들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5년 동안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당연함의 정도를 추측하지 않게되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 대한 그의 노력을 깨닫게 되자, 더 이상 그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보다 더 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에 당연한 것은 없었는데, 나에 대한 그의 사랑들을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였다.


지금도 가끔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 습관처럼 심술이 날 때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대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에게 묻는다. 여보 나 진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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