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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학 용접학과, 여자는 단 두 명

여자 학생 중 한 명은 나

by 메이블

1월 중순쯤, EAP9을 2주 차 듣고 있을 때,

메일 하나가 왔다.


1월 용접학과 입학 승인 메일이었다.

반 친구들 , 선생님 모두 축하를 해줬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근데 그 설렘도 잠시

해야 할 것들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내야 할 서류들이 일단 굉장히 많았다.

다 온라인이긴 했지만, 코디네이터와 메일을 계속

주고받아야 했고, 그게 2-3일 정도 걸렸다.

바로 답변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1. 입학 승인 서류 절차

입학 메일을 받으면 다음날 11시까지 답변을 해야 한다.

혹시 메일을 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다음 순서 학생에게 넘어간다.

또 다음날까지 학비를 납부해야 확정이다.


2. EAP 수업취소, 환불 절차

이주동안 들었어도 100프로 환불을 해줬다.

이것도 온라인 양식을 제출해야 한다.


3. 학기 시간표 받기

외국인 학생 전용 사무실 말고,

본과 사무실에 가서 시간표를 물어봐야 한다.


EAP 수업 시간표만 보다가 본과 시간표를 보니

완전 들쑥날쑥 에

9시에 끝나는 반도 있었다.

나는 그나마 나았던 A반으로 정했다.

총 A, B, C 세반이 있었음

목요일 하루 7시에 끝남.


4. 아이 애프터스쿨 신청

이게 제일 큰 문제였다

당장 다음날부터 대학교 시작이라니.

애프터 스쿨은 본과학생부터 신청할 수 있어서

예약을 걸어두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될 줄이야.

그래서 급하게 예약을 걸어두고,

아는 지인 언니에게 약간의 아르바이트비(?)를 드리고

아이 픽업+ 2시간 돌봄을 부탁드렸다.

정말 감사해서 눈물 날 뻔...ㅜㅜ


5. 공구 + 책 구매

학교 서점에서 책들을 샀다

2년 동안 쓸 책이 한 박스에 들어있었다.

총 360불ㅋㅋㅋㅋ 학교 책값이 살인 적이다.


공구들은 아마존에서 구매

용접복, 용접헬멧, 용접장갑,

보호안경, 방진마스크, 안전화

이렇게만 준비하면 된다.


다른 학생들은 1월 6일에 시작했지만

나는 1월 20일부터 정식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정말 미치는 건

EAP와 차원이 다른 교수님의 말씀 속도

게다가 용접이다 보니 전기 관련해서 배우는데

전문 용어가 많다 보니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게다가 우리 반은 한 25명 되는데

중국인 3명, 한국인 2명, 한국인교포 2명

그 외 다 백인 캐나다인


그래서 걔네가 하는 질문도 못 알아들었다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AP는 정말 귀여웠던 유치원 수업이었다는 걸

느끼면서...........


책을 읽어도 해석이 안되고

한글로 봐도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한글로도 이해가 안 되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캐나다 얘들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들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ㅋㅋㅋㅋ


그리고 실습, 이론 모두

한 단원이나 한 기술을 배울 때마다 시험을 본다


나는 과목마다, 진도도 놓쳤고,

한번 또는 두 번의 시험을 놓친 상황이라

마음이 조급했다


근데 교수님이 너무 친절하게

따로 내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1:1로 알려주시고

연습할 시간도 넉넉히 주시고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그렇게 첫 번째 용접 시험은

100점 중에 99점을 받았다.

용접해본 적 있냐며,

you killed it. Awesome이라고 칭찬해 주셨다ㅎ

기분 좋았음ㅎㅎㅎㅎ


우리 반에 여자가 나까지 단 두 명뿐이라

약간 걱정 아닌 걱정이 되었는데ㅎ

캐나다 친구들도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고

너무 친절해서 고마웠다ㅎ

비주얼들은 뭐랄까, 수염도 막 있고 덩치 엄청 큰

그리고 문신도 엄청 많은ㅋㅋ

무서운(?) 백인 비주얼 아이들이 많은데,

막상 말해보면 착하다ㅋㅋㅋㅋㅋㅋ


EAP는 뭐랄까

진짜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 약간 지루하고

언제 끝나려나.. 싶은 마음이었는데

본과 시작하니 새로운 것들을 배워서 그런가

너무 재밌다.

그리고 미드에서만 보던, 엄청 큰 강의실에서

외국인 얘들 + 캐나다 교수님까지

영어로 수업 듣는 이곳에 내가 앉아있다는 게 신기했고,

내 자신이 대견했다

물론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내가 캐나다 와서 이런 경험을 또 해보네’



알차고 열심히 사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분명 2년 내내 허덕이고 못 알아듣는

작은 에이시안 학생이 되겠지만

열심히 따라가 봐야지..



다음 주까지 허덕이면 좀 따라잡을 수 있을 거 같다

밀린 시험들도 다 마무리 할 수 있을거 같고ㅜㅜ


그래서 오늘도 열공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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