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Year

돌고 도는.

by 돌이

여기에 일 년 동안 365개의 글을 쓰겠다고 첫 글을 게시한 지 일 년이다. 첫 글을 올릴 때만 해도 매일매일 한 편의 글을 365일 동안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나에겐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한 달이 지난 뒤에는 일 년 동안 200편이라도 쓰자고 목표를 수정했다. 3월이 되었을 때는 과연 끝낼 수 있을까 나를 의심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고작 82편의 글 밖에 업로드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려고 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어떤 일을 꾸준히, 같은 에너지로 이어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낀다. 그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건 나다. 오늘은 일이 힘들었으니까, 오늘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으니까, 오늘은 약속이 있으니까, 오늘은 어제 글을 썼으니까. 글쓰기 싫은 마음을 다양한 변명거리들을 방패막이 삼아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고는 건너뛴 날들을 곱씹으며 반성한다.


글을 결국 써낸 날은 써낸 날대로, 쓰지 못한 날은 쓰지 못한 날 대로 흔적을 남긴다. 글을 써낸 날들은 브런치에 업로드된 글들이 남는다. 글을 써내지 못한 날들은 내 내면에 크고 작은 스크레치들을 남겼다.


글을 더 많이 올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욕심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단어 하나를 정해서 그 단어에 대해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고민하고, 고민한 내용을 특정한 형식 없이 적어 내려 가려는 계획이었다. 글을 쓰고, 글마다 반응을 보면서 욕심이 생겼다. 더 완성도 높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들이 천천히 끓어올랐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글을 쓰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더 많이 고쳐 써야 한다.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도 밀도를 높여 글의 구조에 대한 구상까지 더 치밀하게 해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중간중간 멍 때리는 시간도 있어야 하고, 꼭 챙겨봐야 하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그런 것들까지 모두 제쳐두고 한 편 한 편의 글에 에너지를 집중할 만한 사람이, 나는 아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이다. 내가 쓴 글이 형편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실 두려움은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동력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형편없는 글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나마 내가 글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는 그 두려움에 잠식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 뒤에 숨는다. 어차피 써도 형편없는 글이 될 거야, 그러니 오늘은 건너뛰자, 이런 정신적 육체적 상태로는 부족한 것만 나올 거야, 등등.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지도 않으면서 형편없는 글이 나올까 봐 두려워하는 정신상태란.


세 번째는 높은 이상이다. 매일매일 한편을 쓰겠다니.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니 포기가 쉽다. 일 년 동안 100편이라는 목표를 잡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글을 더 많이 썼을까, 적게 썼을까. 나의 성향상 80편 정도 썼다면, 100편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에 조금 더 힘을 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억지로 힘을 쥐어짜 내서 10편을 더 쓴다고 한들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반문한다면, 명쾌한 답을 내놓기는 어렵겠지만. 여하튼 목표를 채우기 위해 지금보다 더 애를 쓰고, 고민하고,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365라는 숫자도 처음에 설정할 때는 높은 이상은 아니었다. 나로서는 충분히 하고도 가능한 그렇다고 쉽지는 않지만, 2025년 1월 18일, 당시의 복합적인 정신상황에서는 실현가능한 과제라고 여겼다. 에세이를 오랫동안 쓰지 않아 글감이 많이 쌓여있다고 생각했고, 내 마음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조금 편집해 풀어내고자 하는 욕구가 치솟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열정을 두 달을 채 못 갔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목표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내면에 났던 크고 작은 스크레치들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했을 것이다. 나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는 건, 내 분수를 알게 되었다는 의미다. 어쩌면 하잘것없는 글만으로도 2026년에 마저도 365개의 글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괜찮다. 내가 글을 365개만 쓰고 말 것도 아니고, 일 년만 글을 쓸 것도 아니기에. 2027년 1월에, 또다시 일 년 전에 썼던 지금 이 글을 읽을 땐 또 얼마나 단단해져 있을까. 어느 부분이 단단해져 있을까. 그리고 일 년 동안 몇 편의 글을 추가로 업로드했을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우울했는데 글을 마치려는 지금은 일 년 뒤가 기대된다.


2026년 1월 16일 365개의 글 중 83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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