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고 번 돈이랑 뭐가 다른데?
엘리뇨와 라니냐가 보통은 3년 주기로 반복되는데, 이번에는 라니냐가 4년간 지속되면서 엘리뇨 현상이 평년보다 강력하게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올 여름이 137일에 이를 것이란 우려도 있었으니, 다들 무더위에 건강 잃지 않게 조심하세여~
더위가 찾아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땀 흘려 번 소득이 진짜 소득이다.
반면에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배당금, 채권 이자, 임대료 등등 기타 자산으로부터의 소득은 가짜 소득이다..
뭐 이런 사회주의 성향이 짙은 사람의 생각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왠지 동의할 수도 있을 법하다고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자본소득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봅시다.
토마 피게티가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전체 소득 중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불균형이 심화되면 자본주의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를 한 바 있는데요. 이 말 속에는 자본소득이 증식하는 속도가 노동에서 비롯된 가치의 증가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전체 소득에 있어 자본소득의 비중이 노동소득을 압도하는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자본소득'이 증식하는 속도는 '노동소득'이 증식하는 속도보다 얼마나 빠른가요?
오늘은 부의 증식속도를 대략 가늠하면서 투자를 왜 일찍이 시작해야 하는지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복리'를 읽는 즉시, 제가 하고픈 말을 짐작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을 '복리'와 '단리'에 각각 빗대어서 설명하고 싶습니다.
이해가 잘 안될 수 있으니 매일 영어 단어를 외우는 걸 상상해봅시다.
첫날에 100개의 영어 단어를 시작으로 매일 외우는 단어의 양을 조금씩 늘려본다고 가정합시다.
하루에 2개씩 늘리면, 50일 뒤에는 매일 200개 외워야겠지요.
반면에 매일 2%씩 외우는 단어의 개수를 늘려야한다고 상상하면 어떤가요?
36일 후에는 200개를 외워야합니다.
자 그러면 매일 2개씩 외워야 할 단어의 수를 늘리는 것과 2%씩 늘리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늘어나는 영어 단어의 '수'에 있지요.
2개씩 늘어나는 것은 정률적인 반면, 2%씩 늘어나는 것은 소위 '이자가 이자를 만든다'라는 말을 상기시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하면 좋을 것은 복리의 방식이 단리의 방식보다 훨씬 더 빠르게 처음의 몫을 증식시킨다는 것입니다. 360일 뒤에 매일 2개씩 영어단어를 외워야 했던 사람은 820개의 단어를 외우면 되겠지만,
매일 2%씩 외워야 할 단어를 늘린 사람은 100*(2^10=1,024)= 10만 2,400개의 영단어를 외워야 하지요.
(방금 계산한 것은 5분만 있다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도 좋습니다.)
숫자가 갑자기 등장해서, 정신없을 수도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단리'가 인간의 영역이라면
'복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란 것이죠.
복리는 단리보다 매우 매우 빠르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네요.
자산의 증식을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복리 얘기하냐 싶을 것 같네요.
자산은 '인간'을 대리해서 노동을 해주는 '하인'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복리와 단리 얘기를 했습니다.
(조금 더 거칠게 말하면, 하인보다는 노예에 가깝겠죠? 쉬지 않고 일을 하니까요.)
기억에 각인시키기 위해 또 다른 비유를 들자면,
단리는 일회적인 데 불과한 노동에 빗댈 수 있습니다. 물을 긷기 위해, 우물가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서 집까지 실어나르는 것이 '단리'와 성격이 같다면 파이프라인을 이용하여 수로를 개설하는 것은 완공 후에 별도의 노력 없이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므로 '복리'의 성격을 띤 행위이지요.
복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제 알게 됐으니, 단리가 아니라 복리 개념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잠깐 생각해보시겠어요?
.
.
.
맞습니다. 계속해서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생뚱맞게 재투자가 뭔 말인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자산을 운용하게 된다면, 이자소득을 '따로 빼두지 않고' 재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1,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운용을 시작했을 떄 1년 후에 1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생각합시다. 10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하여 1,000만원'만' 자산운용 자금으로 활용한다면 '단리'의 수익을 얻겠지요. 반면 이자소득 100만원을 1,000만원에 합산하여 1,100만원을 모두 자산운용에 활용한다면 '복리' 수입을 얻을 수 있겠지요.
이제 72의 법칙을 설명하고 글을 맺겠습니다.
장기간 물가상승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2%에 수렴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연 2%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해야만 자산을 보전하고, 더 나아가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연 7%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워렌버핏의 경우에는 투자를 처음 시작한 때에 비하여 현재 자산이 360만%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연18%의 수익을 복리로 만들어낸 셈이지요.
여러분은 연 몇%의 수익을 달성하고 싶으신가요?
72의 법칙을 활용하면, 여러분들이 목표로 하는 자산을 언제쯤 모을 수 있는지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첫 투자금이 100만원이고 월 2%로 자산이 늘어난다면 36개월 뒤에 200만원이 됩니다.
(당연히 200만원에서 월 2%로 36개월 동안 꾸준히 자산이 증식하면 400만원이 되어 있겠지요)
만약 첫 투자금 100만원을 월 3%로 늘려나간다면 24개월 뒤에 200만원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첫 투자금을 월 4%로 늘려나간다면 18개월 뒤에 200만원이 되어있을 것이며,
월6%로 자산이 꾸준히 12개월간 늘어난다면 200만원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월8%로 늘어나면 9개월 뒤에 200만원이 되어있을 겁니다.
규칙을 눈치채셨나요?
꾸준히 자산이 일정하게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매월 증가한 '복리의 비율'과 자산의 증식 '기간'을 곱해서 '72'가 되면 첫 자산의 2배로 증식되어 있을 것입니다.
(2*36 = 3*24 = 4*18 = 6*12 = 8*9 = 72)
다시 말해서, 월 2%로 100만원이 지속적으로 증식된다면 (이 경우 연24%의 복리로 늘어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겠지요. 참고로 워렌버핏은 연 18%의 복리로 자산을 증식했다고 합니다. ) 3년(36개월)마다 자산이 2배가 되며, 30년 후에는 처음 투자한 금액의 1,024배가 되겠지요.
이론상으로는 1,000만원을 30년 동안 잘 운용하면 100억 2400만원이 되겠네요. 세금도 납부하고 물가상승률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30억도 안 되겠지만, 어쨋든 복리로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자산이 복리로 늘어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성실한 노예가 있다는 것과 진배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워렌버핏이 그렇게 얘기한 바 있습니다.
밤에 잘 때도 돈을 벌고 있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이죠.
현재의 소비를 미룸으로써 미래에 소비를 풍족하게 누리려는 욕망이 투자를 하게 된 이유라면,
투자의 과정에서는 나를 대신해서 끊임없이 일해줄 하인(노예)을 길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사냥개들"(넷플릭스 방영) 3화에서 박성웅이 그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나쁜 돈은 없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돈인지 나쁜 돈인지 나뉜다."
자본소득이든 노동소득이든 부를 축적하는 과정 자체에 도덕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이 벌어서 좋은 데 쓰십시오.
3줄 요약: 자본소득은 노동소득과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증식된다. 자본소득의 성질을 고려하면, 이른 시기에 투자를 할수록 노년기에 행복하다. 그나마 태생적으로 공평한 것은 주어진 시간이므로 잘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