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by 서민재

아빠가 실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빠' 하고 부르면 이제 대답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생경하다.

아빠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애써 못난 이유들만 골라 원망하다

원망만 안고 악만 안고 간 것 같아 미안하다

나의 뒷면 나의 배설을 그대로 보고

그걸 그냥 그대로 둬주어서 그럴 공간을 주어서 내가

뻔뻔하게 <착한>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사장만 보면 눈이 돌아갔었다

타지에서 몸을 쓰고 있을 그를 생각나게 하는 것들은

거리에 즐비했다

내 뺨에 갖다댔던 독서대의 차가운 감촉

단단하고 거친 아빠의 손

와 라고 대답하던 아빠의 목소리

돈 때문에 아빠를 죄인으로 만든 게 나같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년이다


얼토당토 않은 꿈을 꾸고 그걸 믿어도

그걸 믿는 나를 믿어주던 사람이었다

내가 서울에 콘서트를 보러 가자며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든 사주고

차로 콘서트를 데려다주고

피아노를 사주고

아이폰을 구해줬다.

아빠 차를 몰래 타고 507동에 갔던 고등학생 때가 생각난다

난 그때 너무 어렸다.

시근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준 상처는 잊어도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구나


그 긴 세월

무엇을 위해서 그를 미워했었나

그를 미워하는 걸로 내 죄책감을 지우고

어떻게든 발버둥치며 삶을 유지해왔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다시 만질 수 없다는 것이 거짓같다


-

이래서 일기를 쓰기가 두려웠다

아빠가 보고 싶다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모르는 아저씨가 태워진 것 아닐까?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 같은데 왜 아빠가 하필 우리 아빠가.

너무 젊은데.

엄마가 울부짖으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불쌍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렇게 생각하게 돼

아빠.

나 보고 싶었지?

나도 보고싶었어 사실.

엄청 엄청 아빠가 필요했지만

그렇다는 걸 몰랐어.

삶이 조각난 기분이다.

어딘가 부서진 사람 같다.

-

이렇게 적어도 아빠는 영원히 보지 못하겠지만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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