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사슬은 무엇인가
해당 글은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들어가며
고객가치사슬 이하 CVC가 뭐일지 초등학생한테 설명을 해야된다면 뭐라 말해야 할까.
고민을 거쳐, 내 기준 가장 쉽게 정리한 바로 CVC란, 다음과 같다.
"고객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과 그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들여야하는 시간과 노력을 순차적으로 보여준 것"
이를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CVC란 고객에게 가치가 창출되는 순간들과 그 사이 사이 가치가 빼앗기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대가를 지불해야하기 마련이다.
그냥 넘어가도 되지만, 복습을 위해 예를 한번 들어보자.
배고픔(해결해야 할 문제)을 느껴서 배달 어플을 킨다. 메뉴를 고르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메뉴가 정해지면 음식을 제공받는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음식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여기까지는 창출되는 가치가 없다. 하지만 맛있는 한끼 식사가 배달되어 내가 나의 '배고픔'이라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가치가 창출되고 나는 행복을 느낀다. 이게 내가 이해한 고객가치사슬이다.
CVC와 숨고
CVC를 통해 어떤 플랫폼을 분석해볼까. 고민 끝에 정한 서비스는 생활 솔루션 어플 '숨고'이다.
숨고의 사용자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바로 ①'고수'와 ②'고객'이다. 고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입장이고, 고객은 솔루션을 제공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렇다. '플랫폼'으로서 숨고는 이 둘 '고수'와 '고객'을 매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숨고는 '고수'와 '고객'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을까? 만약 아니라면, 어느 부분에서 개선이 더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이 둘의 유저 저니를 각각 살펴보고, CVC를 비교해가며 숨고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보자.
고객가치를 기반으로한 숨고에 대한 분석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유저저니맵을 통한 CVC를 직접 그려보는 것이다.
유저 저니맵을 그리기 앞서, 오늘의 페르소나들을 아주 간단하게 설정해봤다.
페르소나① / 이름: 김라텔 / 나이: 27세 / 특징: 부수적인 용돈벌이를 위해 과외생을 구하고 있음
페르소나② / 이름: 고토토 / 나이: 25세 / 특징: 토익 성적 향상을 위해 과외선생님을 구하고 있음
아래는 페르소나들이 겪는 유저저니맵을 바탕으로 제작한 고객가치사슬(CVC) 표이다.
* 페르소나① 은 고수로, 페르소나②는 고객으로 가정하고 살펴본다.
각 단계의 획득 가치(+), 지불 비용(-), 잠식 가치(-)를 합산하였을 때 가장 큰 기회는 어디일까
빨간색은 대가 지불에 관련된 유저의 페인 포인트이고, 파란색은 유저의 가치 잠식이 크게 일어나는 부분이다.
고객
고객은 빨간색, 즉 지불 비용이 단 한 차례 발생했다. 거래가 성사되면서 가치 창출과 지불 비용이 동시에 일어났다. 비용 지불이 솔루션 제공을 보장하니, 별도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만 받고 잠수하면 신고하면 된다) 물론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페인 포인트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수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한다 등의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겠지만, 숨고는 중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니, 더 깊게 파고들진 않겠다.
파란색을 보면 고객에겐 5개의 견적서를 일일히 확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고수와 일일이 채팅을 하며 세부사항을 조정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 중 5개의 견적서를 확인해야 하는 점이 특히 번거로울 수 있다. 고수들 간의 차별점을 한 눈에 파악할 요소가 없을 뿐더러, 별점이 대부분 비슷하고 리뷰 데이터 수도 적어서 한명을 고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고수들과 일일이 채팅해보는게 필수적인데, 이처럼 가치 잠식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 고객의 피로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고수
파란색부터 살펴보자. 요청서 하나 당 5명의 고수가 배당되기 때문에, 매칭 확률은 약 20%지만 견적서 발송은 선착순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고수들보다 빨리 견적서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견적서 발송이 늦을 경우, 이미 타 고수들이 해당 고객을 선점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견적서 발송비만 소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③요청서를 받으면 신속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알람을 켜고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고객센터에 적혀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숨고 이용자 중에서는 N잡에 도전하는 고수들이 많다. 이들이 요청서에 즉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불편함에 의해 유저의 가치 잠식이 크게 일어난다고 보았다. 또한 고객과의 채팅이 성사되면, 고객과 대화를 하며 세부 사항을 조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시간이 많이 소모될 수 있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고객이 최종적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빨간색이다. 숨고에서 고수가 가치를 창출, 즉 과외생과의 거래가 성사되기 이전까지는 최소 두번 이상의 대가 지불이 발생한다. 두 번 모두 수수료(실제 현금) 지불이라는 점에서 고수 입장에서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①초기에 캐시충전을 위한 최소금액 37,000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②거래의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과외생이 견적서를 확인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다. 잠재고객이 견적서를 확인하는 이상, 수수료는 환불되지 않는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견적서가 채택받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가격경쟁력이 필요하다. 특히 고수들의 실력이 비슷하거나 차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 가격이 저렴할수록 채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재능가치, 즉 서비스 가격을 비딩에서 이기기 위해선 계속 낮춰야 하는 셈이다. 실력이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돈을 아무리 투자해도 거래가 성사된다는 보장이 없고, 성사되게 하자니 자신의 값어치를 시장가보다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 고수의 부담감이 매우 크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땡큐다)
이젠 고수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때
*점수는 단순히 가치 창출은 1점, 대가 지불과 가치 잠식은 -1점으로 계산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숨고의 가장 큰 기회는 어디를 공략하는 것일까? 고객과 고수에 대한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고,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나는 지금 숨고가 고객보다는 고수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치 잠식은 고수와 고객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고, 고객의 경우 지불 대가가 가치 창출의 대가로 한번 일어나지만 고수의 경우 가치 창출이 보장되지 않은 두 번의 대가 지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수의 가치 잠식보다 지불 비용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수의 지불 비용 문제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예를 들자면, 고수가 가장 초반에 느끼는 페인 포인트인 ①초기 캐시 충전비용 발생 부분을 개선하여 잠재 고수들의 극초반 이탈을 막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진입장벽을 조금 낮춰보자는 말이다. 최소 충전 금액인 37,000원을 충전해도 과외생이 구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수반하기 싫은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어플을 삭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르게 보면, 한번 충전하면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활동하게 되지만 말이다.
끝맺으며
숨고는 자칫 고수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크게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서비스인 것 같다. 솔루션을 찾는 고객이 고수보다 훨씬 많이 포진되어있기에 솔루션을 찾는 고객에게 포커싱 되어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고수들이 없으면 고객도 없는 것이다. 학생만 있고 선생이 없으면 학교가 망하듯이, 고수들이 없으면 숨고의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한다. 숨고에 따르면 등록된 고수는 작년 기준 7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의 페인포인트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숨고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을꺼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