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동창생) 1

검문검색

by 써니짱

◆ 퍽치기 발생 ◆


외근 활동을 하다가 늦게 들어와 자리에 눕는데 페이져에서 ‘삐~삐~삐’ 소리가 울렸다.


‘아이고 뭐가 또 터졌구나’


페이져에 레시버를 꼽고 들어 보니 “평리4동 주택가에서 퍽치기가 발생했으니 전 형사는 지금 즉시 평리4동 파출소로 집결할 것”이라는 경찰서 지령실 멘트가 몇 번씩 울렸다.


*페이져 : 휴대폰이 나오기 전 담뱃갑 크기의 기기로 수신만 레 시버를 통하여 경찰서 상황실로부터 들을 수 있게끔 만들어져서 형사들에게 지급되었음.


‘오늘 또, 잠자기는 틀렸다.’하고 집안에 넣어두었던 오토바이를 꺼내어 평리4동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에 도착하니 당직 팀에서 피해자에게 피해 당시 상황을 물어보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는 고함을 치고 있는 취객으로 인하여 어수선했다.


조금 있다니까 다른 형사들이 우르르 모려 들기 시작하고, 당직 형사 반장으로부터 사건 개요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평리4동 주택가 노상에서, 퍽치기 강도사건(길가는 사람에게 흉기나 기타 물건 등으로 상해를 가하여 항거불능 상태에서 피해자의 소지품을 강취해 가는 수법)이 발생하여 불상자로부터 피해자인 권영진(가명 : 당시 57세)이 후두부 타박상과 팔 부위에 찰과상을 입었고, 소지하고 있던 현금 70여만 원을 강취당했고, 피해액이 제법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요사이는 곳곳에 CCTV가 있어 발생하면 거의 100% 검거가 되는 범죄지만 당시에는 발생을 하면 피해자가 범인이 누군지 기억을 못 하는 등 증거가 빈약하고 검거하기가 어려워 발생 보고를 잘 안 하는 편이었다.


발생 보고를 안 하면 잡다한 서류나 매일 하는 보고서를 안 만들어도 되고 검거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피해자들이 있어 수사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피해액이 많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수사를 제대로 안 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현재는 모든 사건, 사고는 100% 보고됨)


그래서 거의 밤에 발생하는 강도사건은 당장에 수사단서도 없고 해서 우선 주변 숙박업소부터 검문검색을 한다.


그렇게 되면 업주들이나 정상적으로 업무차 타지에서 온 투숙객들은 불만이 많았다.


특히 화류계 여성들과 술을 한잔 하고 들어온 투숙객들은 더더욱 협조를 잘 안 하는 편이라 검문을 하는 우리 형사들도 죽을 맛이다.


검문을 하면서 수배자라도 잡으면 그날 잠을 안 자고 활동한 보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허탕치기이고 그냥 보여 주기식 수사였다.


정식 수사는 날이 밝은 후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관 내부.png




◆ 숙박업소 검문검색 ◆


수사하면서 나는 조장하고 배당을 받은 지역의 00 여관 검문에 들어갔다.


여관에 가면 주인이 숙박 명부를 보여주며 방을 하나씩 확인하는데 문을 두들겨 잠자는 사람들을 깨워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한다.


여관 주인이 숙박부를 손에 잡고 우리에게 207호실에 대한 설명을 하며 방문 노크를 했다.


“이방은 남녀 한쌍이 있는 방인데 늦게 들어왔습니다.”


‘똑, 똑, 똑’


“손님! 경찰서에서 임검 나왔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세요”

조금 있다가 객실 방문이 조금 열리며 문틈 사이로 남자 손에 주민등록증이 보였다.


주민등록증을 받아 이리저리 살펴보니 많이 본 얼굴이었고 고향 사람 같았다.

한번 더 살펴보았더니 중학교 졸업 후 대전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간 동창 오정석(가명)이었다.


오정석은 면단위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그곳에서는 제법 똑똑하여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온 것이었다(당시는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치러야 했다)


어린 나이에 자취생활을 했었는데 같은 반이고 해서 놀러를 가다 보니 반찬이 변변찮아 집으로 불러 같이 밥을 먹고 했었지만 매일 같이 먹을 수가 없어 나는 집에 있는 반찬들을 어머니 몰래 갔다 주면서 우정을 돈독히 나눈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대전으로 진학하면서 헤어지고 못 본 상태라 엄청 반가웠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을 통하여 근황을 들어 대구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 자슥 장가간 줄 알고 있는데 마누라하고 여관에 온 것은 아닐 테고 여자랑 즐기려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장 형사에게 조용히 “형님! 이 놈 중학 동창인데 조금 놀리겠습니다.”라고 하니 빙그레 웃으며 이해한다는 눈치였다.


나는 잠도 안 자고 수사한다고 고생을 하는데 ‘이 자슥은 세월 좋게 술이나 먹고 여자들과 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장난기가 발동을 해서 엄숙하게 목소리를 깔고는 젊잖게 일반 투숙객들에게 하듯이 행동을 했다.


“선생님! 잠시 얼굴 좀 봅시다.”

“왜요? 민증 보여 줬잖아요”


“그래도 선생님 본인 인지, 아닌지 얼굴 한번 봅시다.”

해도 인기척이 없어서 다짜고짜로


“너 이 새끼 나와”하니

“예?”하며 잔뜩 겁을 먹은 투로 말을 하여 다시


“빨리 안 나오나..” 소리를 치니까

“잠시 기다리세요, 옷을 입고 나가겠습니다.”라고 하여 조장 형사와 같이 기다리니까 옷을 입은 다음 문을 열고 나오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 니가 왜 여기서 나와 ◆


“어! 김 00?” 하여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였다.

씩~ 웃었더니 그때서야 안심이 되던지 쓴웃음을 지으면서


“야! 니가 여기 웬일이냐?”

“인마야! 나는 지금 근무 중이다.”


“그럼 너 형사 하나?”

“그래! 너는 지금 왜 여기 있나?”


“야! 고만 해라. 마누라가 친정식구들 데리고 찾아온 줄 알고 식겁했다”는 것이었다.


웃으면서 “같이 있는 여자는 누고? 신분증 한번 보자케라?”

“야! 친구야 그만해주라..” 멋쩍은 표정을 짓기에 한바탕 웃고 난 뒤 서로 연락처를 전해주고 헤어졌다


실지로 남녀가 둘이 방안에 있으면 범죄와 연관성이 없어 그냥 지나가면 되지만 여관 임검이 끝나고 나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여 낼 때 검문한 사람 인적사항을 제출해야 하기에 형사 수첩에 기재하는 것이었다.


활당된 여관 임검을 끝내고 다시 파출소에 모여 보고서를 제출 후 집에 들어갔다.


심야에 불려 왔다가 들어가는 날은 아침 11시까지 발생 파출소로 출근을 해서 다시 명과를 받고 수사를 한다.


CCTV가 없던 시절이라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동네 슈퍼가 유일한 탐문 대상이고 제보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퍽치기는 주로 겨울에 발생을 한다.

날씨가 추우니까 사람들이 일찍 귀가를 하고 행인들이 뜸한 곳에서 취객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라서 어려운 수사였다.


범인들은 주로 현금만을 노리고 뒤에서 갑자기 넘어뜨리거나 벽돌이나 흉기 같은 것으로 머리를 내리쳐 그대로 넘어지게 한 다음 소지품을 가져가는 범죄라서 범인을 잡아도 얼굴을 몰랐고, 장물 수사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넉을 놓고 있을 수가 없어 범인은 주변에 있을 것으로 보고 동네 업소 탐문 중 만화방에서 뜻밖의 제보를 받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것 같은 아이들 3명이 몰려다니는데 돈을 제법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물상을 하는 표 00의 아들이었으며 잠을 고물상에서 잔다고 해서 수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행적수사를 했다.


학교에 안 가니 낮에는 만화방이나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때가 되면 어디론가 나간다는 것이었다.


저녁때 나간다고 해서 범인으로 볼 수가 없었고 어린아이들 뒤를 따라다닐 수도 없고 해서 만화방 주인이 알려 주는 고물상을 아침 일찍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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