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물가에서

새천년국민학교 7번째

by 아지song

콘크리트 길 위로 트럭이 한 번씩 지나갔다.

지날 때마다 흙먼지가 일었고, 길 아래로는 검은 양수장 물이 콰르륵 돌아나갔다.

은수네 집은 그 길가 한편에 출입로 없이 붙어 있었다. 회색 슬레이트 지붕이 납작하게 집을 누르고 있다.

동네 아이 용수가 양수장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햇살이 슬레이트 지붕에 부딪혀 강가 쪽으로 검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용수는 돌을 비스듬히 던졌다. 돌이 물 위에서 세 번 튀고 가라앉았다.

은수도 따라 던져봤지만 돌은 한 번도 튀지 못하고 바로 가라앉는다.

그때 문득, 용수가 말을 꺼냈다.

” 여기 예전에 아기가 빠져 죽었데. 그래서 밤마다 어떤 여자가 물가를 따라 걷다가

아이를 보면 잡아간데. “

용수의 말이 사실일까. 그 순간 양수장 물이 콰르륵 소리를 내며 빨려 들어갔다.

은수는 돌을 버리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일요일 아침, 도서관을 가는 언니와 함께 은수는 도서관에 갔다. 언니와 함께 사십 분을 걸어가는 길이었다. 다섯 권씩 책을 빌려오는 날은 은수에게 가장 좋은 날이었다.

복지도서관 안에서 은수는 같은 책을 집어 든 아이와 마주쳤다.

소리였다.

“아, 은수야. 네가 빌려.”

“아니야. 소리야, 네가 빌려.”

잠깐 서로 책을 밀어내다가 은수가 먼저 손을 뗐다. 소리가 책을 받아 들었다. 돌아서 가던 소리가 잠깐 멈춰 섰다.

“은수야.” 은수가 고개를 들었다.

“너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조금 밝게 지내봐.” 소리는 웃으면서 말했다.

“학교생활은 자기 하기 나름이래. 엄마가 그랬어. 그리고 준비물도 미리미리 챙겨 엄마한테 말해서.”

“그럼 나 갈게.”

소리는 그렇게 말하고 나갔다.

도서관 밖에서 소리의 엄마가 물었다.

“친구니?” 소리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니. 친구는 아니고, 같은 반 애.”

소리는 책을 엄마에게 건넸다.

둘은 팔짱을 끼고 도서관을 나갔다.

차 문이 닫히고, 차는 바로 출발했다.


은수는 책을 가방에 넣었다.

언니 것까지 합쳐 열 권이었다.

가방이 모자라 보조가방에도 나눠 담았다.

둘은 집까지 다시 사십 분을 걸었다.

가끔 봉고차가 멈춰 서서 태워줄까 묻기도 했지만 타지 않았다.

집에 다 와갈 무렵 해가 지고 있었다. 지는 햇빛을 받아 양수장 검은 물가도 잠깐 녹색을 띄우며 반짝거린다.

집에 들어서자 술에 취한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를 쏘다니다 이제 와.”

아버지가 보조가방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이건 뭐야.”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의 책들이 둔탁하게 부딪혔다.

은수는 얼른 가방을 주워 책을 다시 담았다. 다행히 책은 찢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은수는 빨간 플래시를 들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뒤집어쓴 안쪽에 플래시 빛을 받은 책이 가지런히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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