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뒤 돌아 나오며 진열되어 있는 이름 모를 예쁜 꽃들에 홀리듯 발걸음을 붙잡힌 적이 한두 번인가...
달러가 한화로 하면 얼마인데 이 돈으로 꽃을사..
꽃은 사치야..
잘못이나 하는 것처럼 예쁜 꽃 한 다발 호기롭게 안고 나오지 못했던 나였다.
선물로 받은 꽃은 아련한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연애시절 어디서 들은 건지 남편은 매번 만날 때마다 장미 한 송이씩을 내게 선물했었다. 아마 모든 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는 인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사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매일 받는 꽃은 매일 기쁘지도 않았을뿐더러 어떤 날은 식당에 놓고 나오기도 하고 걷다 보면 흘리기 일쑤였다.
꽃에 얼마나 무심했던 나인가...
이렇게나 예쁜 꽃을 어떻게 그렇게 대우했는지 지금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처사일 수밖에...
친구의 꽃선물이 쏘아 올린 공
꽃에 취해버린 요즘 나의 기쁨은 지난 꽃다발이 시들 때쯤이면 새로운 색의 꽃으로 식탁과 주방을 장식하는 일.
그랬나 보다.
젊은 시절에 나는 저 남자에게 꽃이었나 보다.
만날 때면 누가 봐도 다 알아차릴 만큼 어리숙하게 숨기고 엉거주춤 걸어오며 전해주던 장미 한 송이.
연애한 기간만큼이나 많은 꽃을 받았었는데..
까맣게 잊는 게 이런 거구나.
지금도 어떤 여자연예인이 예뻐하고 물으면 무조건 너라고 말해주는 남자.
정말 누가 봐도 티 나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흰머리 성성한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 당신 갱년기라 무서워."
현실은 잔인하게도 나를 무서워하게 된 꽃선물을 주던 저 남자가 바로 그 남자.
'그 많은 장미꽃고마웠어 남편'
'이제 꽃은 내가 살게. 그리고 이제 내가 꽃이 될게.'
앞으로도 우리 둘의 젊은 날처럼 남편에게 꽃으로 기억되길.
당신의 기억에 고운 꽃처럼 늘 예쁘고 상냥한 나로 남겨지기를.
나는 꽃이 되는 꿈을 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