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천섬, 한국 강화도
"나는 노을 지는 게 너무 싫어. 너무 슬퍼. 너무 아름다워서 슬퍼. 마지막으로 빨갛게 발하면서, 해는 다시 뜨지만 인생은 한 번 가면 다시 안 오지."
언젠가 윤식당이라는 tvN 프로그램을 보다가 배우 윤여정의 읊조림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꺼지기 전 붉게 타오르는 장작처럼, 어둠 직전 붉게 밝히는 노을처럼,
죽기 직전 주변을 애써 밝히는 반딧불이처럼, 비극 직전 마지막 행복을 만끽하는 주인공처럼
'끝을 예감하는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빛'이라는 클리셰 같았다.
하지만 윤여정 선생은 수년 후(2021년)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70대에 연기 인생의 절정을 맞았다.
노을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끝을 앞둔 슬픔 속 절망'보다
끝을 향해 매순간 '삶의 정수를, 삶의 알맹이를 살아보고 싶다'는 얘기였나보다.
헨리 소로우는 저서 '월든'에서 삶의 골수를 살아보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살아온 삶을 후회않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수가에 2년여간을 고립돼 살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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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루 세 끼 대신 필요할 때 한 끼만 먹어라.
2.사람들의 사교는 값이 너무 싸다.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 각자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3.남과 보조를 맞추려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남에게 휩쓸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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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는 노을 앞에서, 같은 태양이 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장소와 시간과 분위기와 같이 있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노을을 맞는다.
이미 직장생활의 마지막을 맞은 다양한 선배들을 만나며
'노후에 뭔가 할일이 있으면 좋아'라는 공통된 그들의 가벼운 언급에서 절실한 삶의 의지를 읽는다.
밴드를 하려던 청소년기의 꿈을 이루지 못한 누군가는 늦깎이 유학을 떠나 기타를 만들고
소리소문 없이 채집한 나비로 작은 박물관을 만든 분도 있다.
나무 공방에서 만든 작은 의자를 건넨 이도 있고,
건너 들은 얘기로는 LP음악을 테마로 한 샌드위치 가게를 차려 3년만에 매장이 3개로 불어난 이도 있단다.
한 선배는 교회에서 여기저기 가는 봉사에 함께 하는게 낙이라며 이를 드러내며 건강하게 웃었다.
노을을 보며 언제가 올 인생의 끝을 슬퍼한다해도 우리는 그 끝을 알수 없으니
마지막의 직전까지 진짜 삶을 살아가려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족하다.
알고보면 인생의 끝은, 인생의 완성은 우리가 어떤 노력을 마치기 위해 편의상 정해놓은 시점이다.
세상의 시간은 계속되니
노을이 황홀하다면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이고, 쉬고 또 내일의 태양을 맞으면 된다.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
그리고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있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