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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하고 싶어? 뭐 좋아해?

한국 강화도, 미국 메릴랜드

by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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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하고 지내? 요즘 뭘 좋아해?

세상에서 가장 막연하고 모호한 질문을 인사치레로 들을 때면

내 머릿속 떠오르는 답은 '나도 몰라,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정도다.

한 10년 전에는 인생을 잘 사는 정답을 찾겠다며 1년는 족히 고전들을 읽어댔고

그 다음에는 소위 미니멀리즘이라며, 잘 살아보기를 실행하겠다고 소유에서 멀어지려 버둥거렸고

아이가 초등학교 땐 화실을 함께 다니며 이것저것 그려보기도 했다.

그래서 그것들을 좋아하냐고, 특별한 것이었냐고 물어오면

각각 책까지 출판하고 불만 없을 정도로 팔렸지만, '딱히...'다.

나는 뭐에 미쳐봤지? 뜨거웠지? 열정이 펄펄거렸지?

훌륭한 기사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길거리를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고

정부 정책이나 캠페인으로 크게 성공한 것들도 있지만 '그게 그런 것이었나?' 싶다.

'하고 싶은 게 없어도 문제 없다'고 스님들은 말씀하시곤 하지만

그래도 인생이 재미있으려면 아직은 뜨거운 게 필요하다 싶다.

다만, '고기는 활활타는 장작보다 타지 않게 꺼져가는 불에 구워라' 했다.

젊음은 최고의 절정을 꿈꾸지만, 인생은 참고 참아 속이 숯덩이가 된 후에야 열매를 맺곤 한다.

한 강연에서 들었는데 김광석이 '서른 즈음에'를 구슬프고 인생을 달관한 것처럼 부를 때

당시 30살은 자신보다 어린 인구가 더 많은 때, 즉 서른이 사회의 어른축이었고

요즘 애들이 어른이 되면 환갑은 되어야 나이 분포로 어른축에 든다니 이루는 게 늦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봉우리 높고 골 깊은 인생의 여정'에 외롭지 않을 누군가와 무언가를 곁에 둘수 있다는 것.

그래서 뭘 좋아하지? 뭘 하고싶지? 다시 스스로 물어보니

어스름 무렵 하늘에 지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맘이 편하다.

가끔은 비행기가 달 옆을 지나고, 그걸 보는 게 이유없이 좋다.

눅진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주던 정이 든 커피머신.

이탈리아에 본점이 있다는데 거길 찾는 게 요즘 하고 싶은 것.

미국 메릴랜드 애너폴리스를 찾을 때면 먹던 크랩케익이 요즘 먹고 싶은 것.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답으로 튀어나오니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건 긴요한 일이다. 남이 시킨 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생에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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