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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만 1시간 24분

미국 버지니아, 중국 내몽고,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미얀마 양곤

by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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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을 방문한 외국 지인들의 대표적 찬사는 안전한 밤거리와 더 안전한 카페다.

유튜브 영상들을 봤는지 카페 테이블에 휴대전화나 랩톱을 올려놓고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안 훔쳐가는 게 나름 신기하단다.

또 버스, 지하철이 깨끗하고 모든 곳을 대중교통으로 다 가는 게 놀랍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워싱턴DC 인근에 거주할 땐 지하철이 언제 고장날지 몰라

지하철을 이용할라치면 약속시간보다 최소 30분은 족히 일찍 나왔다.

서울에선 그래도 지하철이 목적지 도착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또 서울에서 여주나 천안까지 닿으니 쉽게 볼수 없는 광역 교통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 지인들이 대중교통 시스템을 칭찬할 때면

한국 사람 입장에선 좋기만 한 건 아니라고 답해준다.

직장이 몰려 있는 강남이나 여의도 등은 아파트 가격 평균이 평당 1억원이 넘고

서울 안에 집을 구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다는 내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평균 출퇴근 시간을 보면 수도권 가구주는 84.6분을 출퇴근한다.

현재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4명 중 3명은 각각 시흥, 파주, 도봉에 산다.

직장은 서울 우면동인데, 도봉에선 대중교통으로 거의 2시간, 파주에선 자가용으로 1시간 20분이란다.

이렇게 지옥 출퇴근을 겪고 나면 평일엔 직장외에 다른 곳에 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

김지수는 저서 '어그러진 도시'에서 수도권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이동횟수는 2.3회라고 했다.

독일 베를린, 프랑스의 일드 프랑스, 영국 런던은 3회를 넘는다. 베를린의 출퇴근 시간은 평균 50분이다.

한국은 근무시간도 세계에서 가장 긴 축이라니, 퇴근하면 바로 옷 벗고 누워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 5일제, 52시간제라는 훌륭한 법이 있지만 기록되지 않는 야근이 오죽 많겠는가.

모든 기능이 서울로 집중된 것도 지옥 출퇴근을 부추긴다.

3년을 지낸 워싱턴DC는 날씨만 선선하면 백악관, 행정기관, 의회, 상업지역 등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핵심 기능이 도심 중심에 밀집하지만 좁은 지역에 몰려있어 이곳을 제외하면 차량소통도 양호한 편이고,

따릉이와 같은 공공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도 상당히 흔하다.

반면 서울은 대통령실은 광화문, 국회는 여의도, 행정관서는 과천(지금은 세종)에 있었다.

금융사는 여의도, 대기업은 강남, 방송사는 상암 DMC에 밀집했고, IT기업은 판교에 모여있다.

난개발을 떠올리게 하는 서로 적당히 떨어져 있는 이상한 기능 분산은

기대만큼 출퇴근 분산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1000만명이 넘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어디나 막히는, 출퇴근 지옥이 펼쳐지는 중이다.

그 많은 신도시는 '부모만 길에서 고생하면 아이는 편히 살 수 있다'는 개념으로 통한다.

그러니 대중 교통이 편리하다는 외국인들의 칭찬을 웃을 일만은 아니다.

수도권의 교통이 발달하는 동안 수도권 주민들은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으며

그 외 지역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소멸을 걱정하는 중이다.

대중교통망을 더 늘리고 사람들은 더 쉽게 서울로 몰리고 있으며

이를 비판하는 학자에게 '니가 먼저 지방에 정주하라'고 하자 말꼬리를 흐리는 모습도 봤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 독일 언론인 안톤 숄츠를 만났을 때 그는 서울집착은 한국의 큰 약점이라고 했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헤르초게나우라흐라는 인구 2만 3000명 정도의 작은 곳에 있고 기업용 소트프웨어 업체인 SAP도 인구 1000명이 안 되는 라인란트팔츠주 발도르프에 있다.”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고, 서울의 비싼 집값이 그래도 인구 집중을 막고 있다는 웃푼 얘기도 나온다.

그나마 지역에서 출판, 농업, 관광 등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청년들이 있어 다행이다.

변화는 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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