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을 즐기는 방법.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박효신의 <숨>이다.
첫 만남은...이게 뭐지?
이 노래가 발매되었던 2016년, 그때의 나는 음악을 전체적으로 곱씹으며 즐기지 않았다. 당시 학생이었던 내가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꽂히는 멜로디와 노래의 난이도였다. 음악이라고는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목청껏 부르짖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전형적인 노래방 전사식 시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숨>을 듣고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 노래는 폭발적인 고음이 나오는 것도, 다이나믹한 음정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고음 노래에 꽂혀 있던 나는 <숨>의 참맛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숨>은 노래방에서 한 두번 부르고 말 노래로 남는가...했다.
음악은 악보로 보는 게 아니야.
음악은 듣는 것이다.
이 말에 이상한 부분이 있을까? 오히려 이상한 점을 묻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인다.
이런 말을 꺼낸 것은, 내가 음악을 '듣는'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던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노래방 전사인 내게 음악의 선호도와 가치는 음표가 오선보를 얼마나 뚫고 지나가느냐가 결정했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에 부침이 생기고, 음악을 들음으로써 감정을 해소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그제서야 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음악을 '듣는' 경험을 선사해 준 부분은 바로 이 가사였다.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나는 가끔은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밤과 새벽을 마주하면 자기혐오에 빠져들기도 하는, 많은 이들이 겪었을 자아의 흔들림을 겪고 있었다. 그 흔들림의 정도는 누구에게나 다르게 찾아오기에, <숨>에서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이라고 표현한 것 아니었을까.
때로는 남과 다르게 흔들리는 내 모습은 우스꽝스럽거나, 비참하게도 보인다. 특히 파형이 반대인 파동이 겹치면 파동이 상쇄되듯이, 세상과 내 흔들림이 반대로 겹쳐서 세상은 멀쩡히 있는 것 같은데 내 마음만 흔들리는 느낌이 들면 더욱 힘들어지곤 한다.
나는 이런 생각과 마주하면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나만 과하게 생각하는지, 나만 불안한 건지, 나만 미래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지...
그 시기에 이 가사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누구나가 남들과는 조금은 모양이 다르구나, 내일은 웃고 싶은 마음도 같구나.
가사와 내가 공명하는 순간이었다.
뭐든지 처음이 힘들다
이후에는 미친듯이 '숨'을 듣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뜻을 느끼지 못했던 가사들도 한 줄씩, 잉크가 물에 퍼지듯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녹아들기 시작했고 곧 언제나 나의 밤을 함께하는 노래가 되었다.
물론 듣는 것만으로 끝낼 내가 아니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서, 꾸준히 연습하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해보기를 권한다. 이 체험의 방법은 뭐든지 좋다. 불러도 좋고, 할 줄 아는 악기로 연주해도 좋고, 음악에 소질이 없다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어도 좋고, 떠오르는 심상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해도 좋다. 창조하는 것이 힘들다면 가사를 그저 손으로 꾹꾹 눌러 써도 좋다.
어떤 방법을 거치든 음악을 그저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새롭게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면 음악과 나 사이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나 자신의 감수성과 영 또한 더욱 풍부해진다. 소비자가 됨과 더불어 제작자가 됨으로서 소비만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세상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를 보고 음악의 체험에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면, 당장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생각나는 마음을 한 줄이라도 써 보는 것을 권한다.
여정은 아직
현대 미술이 제작자와 감상자의 상호작용으로 의미를 구성한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현대의 미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창작물은 감상자와 상호작용하며 감상자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제공한다.
내겐 '숨'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나의 삶과 변치 않고 함께하면서 내게 항상 새로운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숨'은 계속해서 자신의 의미를 바꾸어 가며 나와 함께할 것이다. '숨'과의 여정도, 또 소개하지 않은 수많은 음악들과의 여정도 아직 한참 남았으니, 이 과정을 모두 즐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