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을 즐기는 방법, 두 번째 이야기는 쏜애플의 석류의 맛이다.
쏜애플의 매력은 읽을 수도 있다는 것
가사가 중요한 음악들은 그 가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특히 쏜애플의 음악들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써낸 독특한 가사를 가지고 있기에, 처음 들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이야' 싶지만 음악에 적응하고 가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들이다 보면 사운드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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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내가 예전에 해석해 보았던 <석류의 맛> 가사 내용을 정리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다. 가사에 대한 내용을 전부 적으면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석류의 맛>의 스토리를 대략 정리하자면,
불교의 신 중 하나인 '귀자모신'이 주인공으로, 귀자모신은 아이를 잡아먹다가 부처에 의해 회개하여 더 이상 아이를 먹지 않고 석류를 대신 먹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이 설화를 약간 비틀어 결국 다시 타락하는 귀자모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석류의 맛>의 줄거리이다.(물론 나의 해석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 쏜애플의 음악은 처음 가사를 접하면 난해하기 그지없다. 이런 나름의 해석을 곁들이지 않으면 그냥 들어서는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끝이 없는'이라는 가사가 정말로 끝도 없이 나와서 정말 뭐 하는 음악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이 가사들은 작사가 스스로가 생각한 콘셉트를 정말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도 가사가 이해되지 않고 엉뚱해 보이는 음악을 듣게 되면 그 의미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자. 그저 청각적 쾌감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의 울림을 느낄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
음악을 즐기는 기본적인 방법...?
이젠 본격적으로 소리에 집중해 보기로 하자.
내가 '음악을 즐기는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현대의 거의 모든 음악은 2개 이상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플룻 독주, 호른 독주와 같은 독주들도 바탕에 피아노나 오케스트라를 동반하고, 피아노 독주의 경우에도 왼손과 오른손, 두 부분이 다른 라인을 연주하며 오는 조화를 느낄 수 있다.
가사를 동반한 노래들은 더욱 많은 파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와 반주를 해 줄 여러 가지 악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들을 즐기는 기본적인 방법이란, 모든 파트를 개별적으로 들어도 보고, 또 전체적인 조화를 느끼며 들어도 보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한 파트, 예를 들면 기타나 베이스에만 집중해서 들어 보고, 또 어떤 때에는 2개의 악기에만 집중해 보고, 다른 때에는 모든 파트의 조화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듣는 습관을 들이게 되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들을 수 있게 되고, 더 다양한 매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쏜애플의 곡들은 대부분 좌우 음향을 잘 나누어 두었기 때문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감상하면 기타 두 대와 베이스의 소리를 구별해 듣기 수월하다. 아예 이어폰 한쪽을 빼고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찾아낸 매력이란?
이 <석류의 맛>을 파트별로 감상했을 때의 매력 포인트들을 소개해 보겠다.
이 매력 포인트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임을 우선 말해 둔다.
1. 리드 기타(어떤 곡을 여럿이 함께 연주할 때 중심 선율을 맡는 기타)
이어폰을 꼈을 때, 음원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들리는 기타를 리드 기타라고 칭하겠다. <석류의 맛>에서 리드 기타의 매력은 '곡에 광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의 스토리를 주인공의 타락 과정으로 본다면, 리드 기타는 점점 강렬해지는 사운드로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곡의 맨 처음 부분에는 석류알이 구르는 듯한 맑은 소리를 연주하다가, 점점 떨어지는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긴장감을 주고, 곡의 분위기가 급변하는 4분대부터는 보다 날카로워진 사운드와 반복적인 리프(기타로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프레이즈)로 그 긴장감을 심화시킨다.
특히 '끝이 없는'이 계속 반복되면서 더욱 격해지는 연주 퍼포먼스와 리프의 불안한 소리는 제정신을 잃어 가는 가사의 내용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2. 리듬 기타(밴드에서 리드 기타를 받쳐 주면서 주로 리듬이 들어간 코드 반주를 담당하는 기타)
보통 리드 기타와 반대되는 말로 리듬 기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이렇게 표현하지만, <석류의 맛>에서는 이 리듬 기타가 단순한 리듬만 연주하고 있지 않다.
<석류의 맛>에서 리듬 기타의 매력은 '중독성 있는 리프로 귀를 사로잡는 것'이다. 보통은 리드 기타가 곡의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마련이지만, <석류의 맛>은 시작부터 리듬 기타의 리프가 귀에 먼저 들린다. 곡의 분위기가 바뀌는 4분대에도 가장 먼저 귀에 감기는 리프를 연주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렇게 잘 들리는 리프로 청자의 귀를 우선 사로잡으면, 비로소 집중해서 듣기 시작한 청자의 귀에 풍부한 사운드의 리드 기타와 드럼, 베이스가 들리게 되는 것이다.
3. 베이스
<석류의 맛>은 베이스가 혼자서 돋보이는 곡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리듬 기타가 연주하는 핵심 리프들을 똑같이 연주하며 그 리프가 더욱 선명하고 풍부하게 들릴 수 있게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베이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리듬 기타의 리프가 이렇게나 귀에 꽂히도록 잘 들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4. 드럼
마지막 '끝이 없는'이 반복되는 구간, 이곳에서 드럼의 매력이 최대가 되는 것 같다. 점점 파워풀하게 연주하는 모습과, 똑같은 선율 악기의 리프 속에서 리듬을 조금씩 바꿔 가며 진행감을 부여하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으로 들린다.
곡의 구성
마지막으로 살펴볼 요소는 곡의 구성이다. 내가 <석류의 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와 사운드, 곡 구성의 3 요소가 긴밀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것일까?
곡의 구성과 함께 눈여겨볼 지점을 살펴보자.
우선은 8분이라는 긴 곡 길이를 D라는 부분에서 탁 쪼개어서 긴 곡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 지점을 보자. 보컬의 선율 중심으로 흘러가던 A, B, C 구간이 갑자기 기타의 리프 중심인 D로 바뀌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느슨해지려 하는 집중을 되찾게 해 준다. 이 부분부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적인 리듬과 함께 곡은 결말을 향해 고조되기 시작한다.
끝이 없는 이 곡의 끝에는 시작할 때 들었던 A가 다시 등장한다. 극에 달했던 긴장감이 풀리며, 처음 들었던 익숙한 부분이 들리는 구조는 불교적 색채를 가진 가사와 맞물려 윤회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운드 또한 진행에 맞게 점점 날카롭고 불안해졌다가,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최초의 사운드로 돌아온다.
가사, 사운드, 구조의 3 요소가 잘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3요소의 조화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석류의 맛>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전편과 달리 이번 편에서는 곡의 소리와 구성에 집중해 소개해 보았다. 앞으로의 글들도 분야를 정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하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이런 글들이 여러분들의 음악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