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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빛꿈 Mar 23. 2024

네 번째 : 실리카겔-NO PAIN

내가 음악을 즐기는 방법, 네 번째 이야기는 실리카겔의 NO PAIN이다.




https://youtu.be/JaIMSzE5yLA


청개구리 정신


    나는 청개구리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다. 청개구리 정신이 무엇이냐고?


    나는 항상 유행하거나, 추천받은 것들은 즉시 접하지 않는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반항 정신이 일어, 유행과 추천에 대한 것은 뒤로 미뤄 두곤 한다. 그러다 인생의 즐거운 것을 모두 써버리고,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지점까지 와버렸을 때가 되어서야 그것들을 들여다본다.


    실리카겔의 음악도 미뤄둔 숙제와 같았다. 분명 몇 년 전부터 추천받았고, 몇 차례 참여했던 락 페스티벌에도 그들이 참여했었지만, 청개구리 정신이 일어 그 시간대에는 다른 곳에 가 있곤 했다.


    괴상하게도 느껴지는 이 청개구리 정신의 결말은 어떨까? 묘하게도, 내가 미뤄왔던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되었고, 이들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실리카겔 다른 노래도 좋아요 들어보세요


    처음 <NO PAIN>을 들은 이후 과거의 앨범과 신보까지, 모두는 아니지만 명성이 있는 음악을 거의 들어 보았다. 하나같이 소개할 만한 음악들이어서 어떤 곡으로 글을 쓰지, 하다가 <NO PAIN>으로 결정한 데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수상이라는 타인의 권위가 도움을 주었다.


    확실히 <NO PAIN>은 다른 곡들에 비해서 대중친화적인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듣고 좋아할 만한 리프와, 일반적인 가요와 비슷한 진행, 그리고 실리카겔이 기존에 사용하던 사운드까지 잘 섞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중에서 나의 마음을 강하게 끌었던 부분이 어디인지 이야기해 보자.


공백의 힘


    실리카겔의 음악에서는 잠깐 소리가 사라지는 공백 구간이 종종 등장한다. 이 구간이 음악의 파괴력을 한층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갑자기 공백 구간이 나온다면 듣는 이는 음악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고,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상상력과 긴장감, 기대감이 극대화된다. 그 공백이 아름답게 해소되면 쭉 이어지는 음악보다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NO PAIN> 또한 첫 훅 이전에 공백을 주었다. 그리곤 간결하고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그 공백의 긴장을 아름답게 해소해 주었다. 나는 특히 훅에서 보컬에 걸린 딜레이가 주는 청량감과 풍부함이 공백과 대비되는 것이 좋았다.


여기까지면 아쉬우니


    실리카겔의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실리카겔의 ep 'Machine Boy'도 쭉 들어 보았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해철이다.


https://youtu.be/CIC6Z49SSTQ


    앨범의 이름이 들어간 트랙 <Machineboy空>이 신해철을 가장 생각나게 했다.

    신해철은 곡에 나레이션을 자주 삽입하였으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도전과 실험적인 사운드 사용에 앞장선 사람이었다. 


    이 <Machineboy空> 트랙에서 사용된 나레이션은 넥스트 시절 자주 들어갔던 나레이션들이 떠올랐고, 9분이라는 긴 길이에 더해 전자음과 피아노를 넘나드는 다양한 악기 사용은 Monocrom 시절의 곡들이 밝은 느낌으로 재탄생한 것 같았다.


    독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음악을 소개할 겸 내가 떠오른 음악들을 추가로 소개해 보겠다.


https://youtu.be/7Ml7lwaB8h0

<세계의 문>


    신해철의 넥스트 시절 곡 중 내가 top 3 안에 꼽는 곡이다. 첫 부분은 아름다운 하프 소리와 나레이션으로 시작하고, 두 번째 부분은 청자를 놀라게 할 정도의 강렬한 사운드로 전개된다. 곡의 완성도와 주제의식까지 포함해 걸작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https://youtu.be/GIXTfNF55G4

<무소유>


    신해철의 솔로 활동 모노크롬 시절의 곡이다. 국악기와 타령을 일렉트로닉과 접목시킨 혁신적이고도 완성도 있는 곡이다. 이 트랙이 취향에 맞는다면, 모노크롬 앨범은 황홀한 한 시간을 보장하는 앨범이 될 것이다.


마치며


    몽환적이고도 강렬한 사운드, 그 날카로움 속에 언뜻 보이는 따뜻한 마음은 실리카겔을 접하는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실리카겔에 대해 이야기할 때까지, 나도, 여러분도 이들의 음악을 더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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