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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Sep 01. 2023

『제인 에어』와 성경

『제인 에어』는 성경적인 소설입니다. 총 5 장(게이트 헤드, 로우드, 쏜 필드, 무어 하우스, 펀던) 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뼈대는 성경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또한 소설의 살에 해당하는 핵심 단어, 표현, 구문 등은 상당부분 성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의 주제가 크리스천의 기본적인 가르침과 일치합니다. 바로 주인공들의 영적 변화에 관한 경험입니다. 우리는 이 명작 속에 담긴 수많은 성경적 요소 중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영적인 변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린 제인은 밀튼의 실낙원에 등장하는 지옥의 불구덩이를 연상시키는 붉은 방에 갇히는 사건 이후 게이트헤드를 떠나 고아들을 위한 교육 및 기숙사인 로우드로 보내집니다. 약자를 위한다는 고귀하고 거창한 설립취지를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위선적이고 탐욕스러운 크리스천이 운영하는 질 낮은 곳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악명높은 감옥인 런던의 뉴게이트를 연상시키는 게이트헤드에서 10년 간 이집트의 노예처럼 로마의 황제들에게 핍박받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살아온 제인의 마음은 여전히 외숙모 가족을 향한 미움으로 불타오르고 있었죠.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고아인 헬렌 번즈는 제인의 인생을 바꾸어놓습니다. 그녀는 제인의 종교적 멘토로 제인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그러나 제인은 아직 그 사랑을 받아드릴 준비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사람이 잔인하고 불공정한 사람에게 친절하고 고분고분하다면 사악한 이들은 

     모든 일들을 제 맘대로 하려고 할 거야. 그들은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을 거고 

     그래서 결코 바꾸려고 하지 않을 거야. 오직 더욱 더 악랄해지겠지. 우리가 

     이유없이 맞았다면 우리는 더욱 세게 반격해야만 해. 우리는 그래야만 해. 

     강력하게 응징해서 우리를 친 사람을 다시는 못 치게 가르쳐야 해. (48)   

     


그러나 헬렌 번즈는 복수는 미움을 제대로 극복하는 길도 아니며 또 복수한다고 상처가 치료 되지도 않는다고 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신약을 읽어.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고. 그분의 자세, 그분의 말을 너의 

     법칙으로 만들어. 그분의 행동을 본 받아. . . .   원수를 사랑하라, 너를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라, 너를 미워하고 너를 악용하는 자들에게 잘해주어라. (49) 



제인은 리드 숙모를 사랑하는 일은 절대로 못할 거 같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헬렌 번즈는 제인에게 신념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합니다.  



     인생은 악의를 품고 당한 고통을 마음에 새기며 살기에는 너무 짧아. 우리는 

     누구나 다 이 세상의 잘못을 짊어지고 살며 그렇게 살아야만 해. 그러나 곧 때가 

     올거야.  난 확신해. 우리의 더러운 육체를 벗어버릴 때 그 잘못에서 벗어나게 

     될거야. . . . 난 또 다른 신념이 있어. . . . 그 신념은 모두에게 희망을 줘. 죽음을 

     공포나 심연이 아닌 안식처로 대단한 집으로 만들어주지. 게다가 이 신념으로 난  

     범죄자와 그가 저지른 범죄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 난 비록 범죄는 증오

     하지만 진심으로 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애. 이 신념으로 나는 

     복수에 매달리지 않고 타락했다고 역겨워하지도 않고 불법도 결코 나를 짓누르지 

     못할 거야. 난  최후를 바라보며 고요하게 살 거야. (49)



이후 헬렌 번즈는 로우드에서 병으로 짧은 생을 마치지만 그녀의 가르침은 제인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합니다. 헬렌번즈는 제인에게 예수님 같은 존재입니다.  

 

  이제 성인이 된 제인. 우리는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성숙해지고 변화된 제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늘 기도할 뿐만 아니라 헬렌번즈에게 배운 성경의 가치를 실천합니다. 그 첫 번 째가 자신을 학대한 외숙모를 용서한 일입니다. 임종을 눈앞에 둔 외숙모를 찾아가 제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당신을 완전히 용서 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용서해요. 이제 하나님의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평화를 찾으세요. (204)


성인 제인은 이제 더 이상 적대감과 미움의 칼을 갈며 살지 않습니다. 용서로 그녀의 마음은 평화로워졌습니다. 그녀는 이제 확고한 신념이 생겼습니다. 바로 크리스천의 가치에 기초한 신념입니다. 

   

이후 쏜 필드(Thornfield)에서 제인의 인생 최대의 기쁨과 위기가 같이 찾아옵니다. 쏜(thorn)이 가시인 점을 감안하면 예수님의 고통과 희생이 연상되는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로체스터씨로부터 결혼 프로포즈를 받은 제인. 그러나 그녀의 첫사랑은 이미 결혼 한 남자로 밝혀집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연속극에서 단골 모티브로 사용하는 결혼했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의 원조격으로 이런 일은 사실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해야 할 날 가장 슬퍼진 제인은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 합니다.  



     난 약해지고 싶었습니다. 내 앞에 놓여진 더 많은 끔직한 고통의 길을 피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양심은 독재자가 되어 정열의 목을 움켜쥐고 조롱조로 이렇게 

     말합니다. 너의 예쁜 발을 이제 막 늪 속에 담갔을 뿐인데.  지금 빼지 않으면  

     그는 그의 무쇠팔로 그녀를 끝을 모르는 고통의 늪 속으로 밀어 넣을거라고. 

     (253-4)    


양심과 정열의 갈등입니다. 정열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양심은 더 늦기 전에 발을 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야, 너 자신이 너를 뽑아 가야해,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니가 네 

     오른 눈을 뽑아야 해, 니 스스로 너의 오른 손을 잘라내야 해. 너의 심장이 

     희생자가 되겠지. 넌 스스로 목회자가 되어 너의 심장을 찔러야 해. (254) 



제인은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함을 천명합니다. 그런데 해결방법이 좀 이상합니다. 오른 눈을 뽑고 오른 손을 자르라고 이야기 합니다. 성경을 모르면 이해 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 오른 눈과 오른 손은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 중 간음에 대한 말씀에서 비롯된 겁니다. 예수님은 구약의 간음에 대한 계명을 다음과 같이 재해석 합니다. 



     또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마태복음 5 장 27절 - 30절)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 신체 전체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현명하다는 논리입니다.  제인의 위기는 자신의 열정을 따르느냐 아니면 크리스천 신념을 따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녀는 후자를 택합니다. 

   

   제인이 불길한 꿈을 꾸고 첫 사랑 로체스터를 다시 찾아 갑니다. 펀던에서 제인은 버싸 메이슨의 방화로 인해 오른 눈을 잃고 오른 손이 불구가 된 로체스터를 만나게 됩니다. 양치류를 의미하는 펀(fern)은 새로 시작되는 새 생명의 상징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간음의 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오른 눈과 오른 손을 빼앗기는 대가를 치르고 목숨을 건집니다.  그의 죄는 상응하는 고통을 받은 후에 씻겨진 겁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인! 나는 감히 말하겠소. 당신은 나를 믿음없는 개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지금 자비심으로 가득한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소. 

     그분은 사람처럼 보지 않고 훨씬 더 선명하게 보시지. 인간처럼 판단하지 

     않고 훨씬 더 현명하게 판단하시지.  내가 잘못 했소. 내가 나의  순결한 

     꽃을 더럽힐 뻔 했소. 그 순수함에 죄의식을 불어 넣었소. 하나님은 그 꽃을 

     내게서 빼앗아 가셨고. 나는 반항했지 ... 신은 저에게 벌을 내리셨소. 제게 

     재앙이 내려진 거요.  하나님의 꾸짖음은 준엄했고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소. 

      ... 난 후회했고 참회를 했소. 나를 지으신 하나님과 화해를 경험했소. 난 

      이제 기도를 시작했소. 짧은 기도이지만 진심어린 기도요. (380)



헬렌 번즈의 믿음은 제인을 변화 시키고 제인의 신념은 로체스터를 변화시킵니다. 

   낭만주의와 크리스천이 지향하는 가치는 사실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는 개인의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고 후자는 개인의 죄를 고백하고 (예수님으로부터) 죄 사함을 받은 후 새사람으로 거듭남을 믿는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낭만주의에는 현실에 대한 이상적인 견해(idealized view of reality)라는 뜻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사람의 성장과 변화는 그렇게 쉽지 않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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