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3
SOC는 사회간접자본을 뜻한다.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투입되지는 않으나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자본으로 도로, 항만, 철도 등이 이에 속한다. 보다 넓은 의미로 정의할 때는 병원, 약국, 교육, 상하수도, 주민이용시설시설, 국유림, 법질서와 사회제도 등도 이에 포함된다.
사회간접자본 중 생활SOC는 국민들이 생활 터전에서 손쉽게 접하는 기초 생활인프라를 의미한다. 여가·건강·안전·환경·문화예술 분야 등 ‘지역단위 생활 인프라’로서 ‘사람들이 먹고, 자고, 쉬고,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초 인프라’를 말한다.
또한, 생활SOC는 사회적 자본 구축이라는 시대적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자본, 인내자본, 연결(네트워크)자본으로 지역자산화의 뼈대가 된다. 생활SOC는 지역혁신의 거점이며 사회혁신의 실험실로서 리빙랩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듯 생활SOC는 포용성, 지속성장, 지역과 사회혁신, 주민참여 등의 가치가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는 마을민주주의 인프라이다.
생활SOC의 공급은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심하다. 생활SOC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반면 쇠퇴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생활SOC 수준은 열악하다. 2017년 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지자체의 64.7%가 비수도권 지역이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공연예술 횟수의 65.4%가 수도권 집중되었다. 노후 저층주거지로부터 생활SOC까지의 평균 거리가 약 2.7Km(AURI, 2013)로 생활SOC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2018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생활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 확대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정부는 제15차 경제장관회의에서 부처 합동으로 삶의 질 향상, 지역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지역에 필요한 생활인프라 등 [지역밀착형 생활SOC 확충방안]을 발표하고, 성장 중심에서 포용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생활SOC를 기본 인프라로 삼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은 3단계 발전 과정을 겪는다. 1세대 물리적 SOC, 2세대 정보화 SOC, 3세대 생활SOC 순으로 구축되었다.
1세대 SOC는 철도, 도로 등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 등 국토를 지리적으로 연결하는 물리적 SOC이었다. 물리적 SOC의 구축은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중심으로 국토의 각지를 이어 일일생활권 구축에 크게 일조했다.
2세대 SOC는 IT기술 SOC로 정보화 고속도로를 구축했다. 가상공간을 연결한 정보화 고속도로는 IMF 극복의 성장 동력이었다. 물리적 SOC와 IT기술 SOC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한국은 포용국가와 지속성장의 동력으로 사회적 자본 SOC인 3세대 생활SOC 구축을 시작했다. 생활SOC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공간으로 포용국가의 근간이 될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생활SOC는 개별 시설물이 아니라 연결망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 취향 공동체와 노마드족의 활력 거점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시민 개개인의 취향과 노마드족의 욕구에 기반을 둔 기초 인프라라는 인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사단법인 서울산책 조경민 대표는 2018년 12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생활SOC 토론회에서 발표한 [키워드로 본 생활SOC와 거버넌스의 함수]에서 한국사회의 근간인 마을공동체는 상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급속히 붕괴했고, 이를 대체했던 가족공동체도 가부장체계의 붕괴 등 사회적 요인 등으로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존재하던 전통적 의미를 공동체보다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느슨한 형태의 취향 공동체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다고 본 것이다.
생활SOC가 주목해야 할 사회환경의 주요 키워드는 취향 공동체, 노마드, 소확행, 욜로, 워라밸 등이다. 현대사회는 땅을 기반으로 한 가족과 마을 중심의 직주일체의 공동체 사회가 아니다. 도시의 성장에 따라 직주분리의 광역적 라이프스타일과 개인의 욕망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관계인구 중심의 한달살기 같은 흐름이 이를 잘 반영한다.
취향 공동체, 노마드족 같은 새로운 흐름에 생활SOC는 조응해야 한다. 생활SOC의 복합화는 사회혁신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시민들의 복합적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복합화’이지, 개별시설을 층층이 섞어놓는 ‘혼합’은 아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코어공간은 결혼식장도 되었다가, 어느 때는 마을잔치도 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뀔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생활 SOC의 공간을 시민들 스스로가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어야 ‘복합화’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생활SOC를 만들어 갔다. 생활SOC를 통해 공간복지를 실현할 목표를 가진 것이었다. 목표에 따라 생활SOC는 지역마다 여러 형태로 건설.공급되었다. 생활 SOC는 유형화하여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공급했어야 했고, 지역 주체들의 운영.관리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했다.
우선, 대도시와 거점도시는 대규모 복합 생활SOC을 공급, 소도시와 농어촌은 소규모 다기능 생활SOC를 공급해야 했다. 마을에는 주민이 참여해 계획을 세운 커뮤니티형 생활SOC로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작은도서관, 놀이터 등이 있다. 원도심에는 지역혁신을 위한 임팩트형 생활SOC 유형으로 공급해야 했다. 이쉬운 지점이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공급된 생활SOC는 관리.운영 측면에서 구멍을 났다. 공급에만 목표를 두었지, 얼마나 잘 운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책적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역재생회사 성격의 마을관리협동조합이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역마다 설립되었고, 생활SOC운영.관리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지만, 성과는 미약하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지역 거버넌스와 주민역량을 성장시키는 소프트웨어 사업비의 집행을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