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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저비용도시(Low cost city)

대한민국 건국이래, 가장 부유하게 살고 있지만 가장 불안한 미래를 전망하는 시대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불안으로 몰았는가? 고비용을 요구하는 삶의 장소인 도시가 불안의 원인이다.


우리는 지금 고비용도시(high-cost city)에 살고 있다. 이 도시는 도시민들에게 평등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거주 비용은 증가하고 불평등의 격차는 커진다. 필자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의 거주비용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이런 고비용도시에서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낮추는 것, 그것이 민생정치이고, 진보적 도시정책의 방향이다. 필자는 민생안정과 진보적 도시정책의 목표를 '저비용도시'로 가는 대장정'이라고 부른다. 사교육비를 낮추고 모두가 평생 교육을 받는 평생교육도시, 안전할 권리가 보장되고 의료 차별을 받지 않는 안전건강도시, 지불가능한 주거가 공급되는 안심주거도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도시와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이 높은 대중교통도시이다. 어젠다 하나하나마다 저항을 하는 기득권 세력이 있다. 이 기득권 세력의 반대를 넘어 국민들에게 수용성을 높이는 일들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불평등한 고비용도시(high-cost city)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Fed(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물론 세계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강력한 처방전인 급격한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 그 자체도 도시의 고비용 구조를 고착시키는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도시민들에게 주택가격, 주식가격의 급락 및 기업의 부도로 인한 해고 등 과정의 고통을 겪게 한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고비용도시를 만드는 기폭제 같은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시는 상당히 큰 비용을 치러야만 거주 또는 정주를 허락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성이다. 거액의 요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다. 서울시 등 대도시에 거주하려면 더욱 큰 비용이 든다. 월세를 살던, 전세를 살던, 자가를 소유하던 도시는 상당한 비용의 주거비를 요구한다.


의료비는 어떠한가? 전 국민 의료보험이 국가의료보장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암보험, 실손보험 등 개인들은 의료보험 한 두 개 정도는 다 가입했다. 현실의 병원은 돈이 없으면 치료를 거부한다. 더구나 병들어 약해지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도시는 노동소득을 상실한 도시민에게 잔인한 불평등의 위해를 가한다.


도시인들은 저마다 경제적, 문화적 수준에 맞게 산다. 이를 우리는 계급이라고 한다. 자신이 유지하는 경제문화적 계급을 세습하기 위해 도시민들은 막대한 소득을 자녀교육비에 쏟아붓는다. 아빠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조부모의 경제력이 잘 조화된다면 계급의 세습은 순조로울 것이다. 경제력도, 정보력도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출발부터 불평등하다. 그리고 우리의 도시는 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바로 돈 먹는 하마인 사교육 시스템에 들어가느냐, 못 들어가느냐가 아이들의 학력과 학벌을 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와 에너지 영역은 과연 평등한가? 역설적이게도 '가난한 도시민'은 탄소배출을 적게 한다. 겨울에는 도시가스요금을 아껴야 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껐다 켰다'하면서 전기요금을 아끼며 산다. 출퇴근은 BMW(Bus, Metro, Working)를 주로 이용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너도나도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어떤 도시민들은 70~89Kg 정도의 몸무게를 이동시키기 위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는 연비도 안 좋은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서민들은 난방비와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 고전분투를 할 때, 어떤 도시민들은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고비용도시는 지속가능할까? 살인적인 주거비, 경제문화적 계급을 세습하는 교육비, 빈부의 차이가 극명해지는 의료비와 에너지비. 문제는 도시에 거주하려면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에너지비 등의 비싼 요금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저비용도시(low cost city)


그렇다. 우리는 불평등한 고비용도시에 살고 있다. 고비용도시에서 저비용도시로 가는 길이 바로 진보적 도시정책의 대장정이다. 필자는 누구에게 기회를 주는 저비용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네 가지의 큰 줄기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교육비를 낮추고 모두가 평생 교육을 받는 평생교육도시가 저비용도시이다.

현재 사교육 위주의 시스템은 고비용도시의 주범이다. 필자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고3, 고1 두 아이의 아빠기에 한국의 사교육 현실을 몸소 겪고 있다. 초, 중, 고를 아무리 개혁하고 변화시키도 '대학서열화'가 해체되지 않는 한 전지전능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셔도 사교육 혁파는 블가능하다. 나는 고비용 교육비의 핵심의 '대학서열화'라고 본다. 대학 서열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런 대학들의 이름을 다 없애고, 서울 1대학, 서울 2대학, 서울 3대학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또한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직업을 과거의 유산으로 남길 것이다. 변호사, 교사, 판사, 회계사, 버스기사, 택시기사 등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소멸 예정인 직업들이다. 이제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배운 얄팍한 지식으로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기술혁명의 파도를 넘어서야 한다. 평생 배우는 도시를 그래서 만들어가야 한다.


안전할 권리가 보장되고 의료차별을 받지 않는 안전건강도시가 저비용도시이다.

병들고 아파도 생존을 보장하여 노동소득이 상실되어도 살 수 있는 도시,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여 2022년 10월 29일 참사(이태원 참사)가 재발하기 않는 도시가 안전도시이다.


지불가능한 주거가 공급되는 안심주거도시가 저비용도시이다.

사회주택 등 저렴한 임대주택의 적극적인 공급은 물론 협동조합주택, 공동체주택 등 소유 및 자산형 주택도 적극 공급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절대로 주택(부동산)은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도시정책에서 주택시장 개입은 꼭 필요한 정책이며, 그중에서도 사회주택, 협동조합주택, 공동체주택 등의 시장변동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지불가능한 주택들의 공급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탄소중립도시와 대중교통도시가 저비용도시이다.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주거지정비계획 등) 수립 시 탄소발생 총량제를 도입해서 적용시켜야 건물 부분의 에너지 전환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고, 불평등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최소한 도시 핵심지역, 서울시를 본다면 4대문 안, 영등포 일대, 삼성역 일대, 신촌-홍대 일대 등 핵심지역에는 도로를 다이어트하여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고, 자전거의 수송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평생교육도시, 안전건강도시, 안심주거도시, 탄소중립 및 대중교통도시는 지구에게 회복력을 주는 길이며, 도시인들에게 불안함을 벗고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는 희망을 여는 길이다. 우리는 이 저비용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단호하고 결연하게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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