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주택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마다, 언론과 정치인은 항상 공급부족론을 외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도 주택가격은 폭등했고, 언론과 정치인들은 공급이 부족해서 문제가 터졌다고 연일 떠들었다. 정부는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과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비판 그리고 국민들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2.4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현 대통령인 윤석열 후보와 민주당 대표인 이재명 후보 둘 다 수백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상(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은 공급부족에 의한 주택가격 폭등론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한다고 연일 떠들며 무주택자에게 위기의식을 심어 '영끌'을 하게 한 언론과 정치인들은 오히려 집값 폭락 이야기를 한다. 그토록 공급부족론을 외치며 재개발,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더니, 이제는 쑥 들어갔다.
공급이 부족하면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일부 준다. 그러나 공급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화의 효과에 대하여는 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분분하지만,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모순적이라는 것이며, 부동산 버블이 꺼졌을 때 닥쳐올 충격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급부족론에 의한 공급정책은 대개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2.4부동산대책도 전국을 대상으로 했지만 서울과 대도시에 집중했다. 수도권 중심(61.1만호 : 서울 32.3만호, 인천경기 29.3만호)의 엄청난 주택공급 위주의 부동산대책을 쇠퇴위기에 직면한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무턱대고 환영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격자 인구 카토그램 (https://worldmapper.org/maps/gridded-population-kor/)
한국은 서울을 중님으로 수도권의 인구가 압도적이다. 5대 광역시인 부산, 대구, 대전, 울산, 광주의 인구를 다 합산해도 넘을 수 없다. 이런 인구불균형 속에서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은 국토의 불균형을 더 강화할 것이다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은 국토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물론 수요 측면에서 여전히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로 인해 수도권에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 2.4부동산대책도 이러한 측면에서 나온 것이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도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활성화 관련해서 공급이 부족하진 않지만 주택의 질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비교하여 낮은 지방 도시들의 경우 도시재생 등의 사업을 통해 강력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파트 개발 중심의 부동산정책은 서울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훼손하고 개발광풍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서울시는 600여년의 역사성을 가진 명품도시이자 매력도시이다. 개발욕망만 앞세운 재개발 방식은 역사 도시인 서울시에 독이 된다.
과거 뉴타운 사업도 주거지정비와 주택공급이라는 명분으로 시행되었지만, 서울시가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의 훼손은 물론 주거약자에 대한 보호방안이 부재하여 폐기되었다. 그런데, 뉴타운 출구전략 이전인 10년전 도시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박원순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완벽한 정책은 아니다. 다양한 소규모 주거지 정비사업 모델을 만들고 시행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도시재생에 대한 비판적인 전문가나 언론에서 ‘도시재생은 벽화그리기’라는 편협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비판을 수용하여 뉴타운 출구전략을 보완하고 대안 모델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역세권은 용적률 700% 시대를 열고, 도처에 재개발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좋은 서울 만들기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서울이라는 명품도시를 망가뜨리려는 것이다.
대규모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은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정책적 대응을 하기 어렵다. 2022년 10월 현재,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3기 신도시는 물론 서울시 내 재개발 사업장이 STOP상태가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1기 신도시 재개발사업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추경호 기재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직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뇌피셜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9월 7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워낙 급등했기 때문에 조금 하향 안정화시키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9월 5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2021 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집값이 “소득과 대비했을 때 지금 집값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하면서 “지금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니,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값폭등으로 영끌족과 벼락거지를 양산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고 외친 정당 출신 정치인들이 아니었던가. 그분들이 갑자기 주택공급은 외면하고 집값이 떨어지니 공급은 나몰라하고 있다. 주택공급만 하면 집값을 안정화시킬 듯이 주장했던 언론과 정치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뇌피셜을 떠들고 있을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요 요인들
주택가격의 상승요인은 매우 복잡하다 코로나19 팬더믹 등으로 인한 양적완화, 저금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쾌적한 사적 공간 소유열풍, 수요층의 소득증가 등이 주요 요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집값을 지금과 같은 주택 공급 대책만으로는 잡기 어렵다.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시장으로 넘치는데, 치료와 처방전은 공급대책이라는 희대의 오진을 한 그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러한 우려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공급이 아니라 주거복지 중심으로 주거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요자에 따른 맞춤형 주택 공급, 지불가능한 수준의 임대주택 공급, 일자리·교육·교통 등 생활 SOC와 연계한 계획, 지역과의 상생 등을 고려한 주거복지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주택정책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청년 등의 인구가 유입되도록 다양한 주거복지 정책을 제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