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냉탕과 온탕의 주택정책

주택시장에 변동성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주택정책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했다. 그리고 올 연말까지는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니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했다. 이에 따라 시중에 돌던 유동성 자금이 줄어들고, 반작용으로 자산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대표적인 자산시장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나락은 피할 수 없다. 벼락거지가 될 수 없다며 패닉 바잉에 나섰던 영끌족들은 하우스 푸어가 될바에야 패닉 셀링을 선택하고 있다.


노도강 영끌했던 2030 '패닉 셀링' 돌아섰나(서울경제 이덕연 기자/2022. 12. 1)

https://v.daum.net/v/20221201175827636


이렇듯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은 노.도.강 중심으로 강북지역에서 우하향 조정 압력이 클 것이다. 매물을 쌓여가는데 매수하려는 사람은 없다.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었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영끌까지 해서 아파트를 장만한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커졌다. 주택가격이 오를 때야 이자가 오르더라도 버틸 수 있지만 주택가격 하락기에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버티기가 힘들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늘어…2023년 말 가구당 132만원↑(세계일보 우상규 기자/2022-11-18 )

https://www.segye.com/newsView/20221118512244?OutUrl=daum


벼락거지 운운하며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른다고 선동했던 언론은 원죄의식이 있는지, 하우스 푸어 기사를 쏟아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가격 꼭짓점에 주택을 산 영끌족들은 하우스 푸어 위기에 빠졌다. 적어도 2~3년 안에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반등할 요인은 없다. 꼬박꼬박 비싸 이자를 물며 버티던지, 싸게 팔던지 다른 선택지가 없다.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한국에서 주택정책은 주택가격 등락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주택가격이 오르자 규제정책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공급 대책를 쏟아내면서 '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했다. 반면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주택가격이 내리자 규제완화 정책으로 투기수요까지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공급물량을 줄여 '시장을 정상화'하고자 했다.


주택가격 급등, 급락 시 정부가 썼던 정책이 다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여 주택시장 변동에 대응하는 점은 인정하나, 주택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주택시장 변동성(가격의 급등, 급락)에 따라 주택정책의 방향을 180도 바꾸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더 이상 정부 정책을 믿지 않게 되었다. 더불어 단기적인 정책 수단의 동원으로 인해 장기적인 도시계획 및 공급계획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국민적 불신은 진보와 보수정권이 합작해서 만든 결과이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서구의 주요 국가들도 글로벌 시장 환경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을 경험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택가격의 급등과 주거비 부담의 심화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에 새로운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주택정책 접근 방식은 한국처럼 온탕과 냉탕으로 오가는 之(갈지)의 행보가 아니다.


한국이 수요판단에 따라 수립된 장기적 공급계획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공급대책을 마련한다면, 이들 국가는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을 계획규제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한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공급을 주도하는데, 이들 국가는 지방정부 주도의 주택공급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처럼 중앙정부가 개발부지(신도시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하향식 주택공급 정책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최근 영국이 중앙정부 주도로 공급 추진)


특히 주목할만한 정책은 사회주택(Social housing) 등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ing)의 공급을 늘리려는 노력이다. 주거수요를 추정하여 세부적인 주택공급물량을 수립한다. 더구나 공급할 주택의 수량은 물론 입지까지도 고려하면서 정책을 마련한다.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무작정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도시의 미래상과 주택공급계획의 조화를 추구한다.


이에 비해 한국, 특히 서울은 어떠한가?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외면하고 공급만이 善(선)인 양 도시재개발 지구지정을 남발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공급하는 부담가능주택은 공급을 독려하기는커녕 적폐(積弊)로 취급하고 있다.


오세훈 "박원순표 사회주택은 세금낭비…SH에 법적 대응"(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2021.08.2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637170?sid=101


주택시장의 변동성에 냉탕과 온탕으로 오가는 주택정책 말고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 필요하다. 주택가격 변동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쓰지 말고, 주택가격 변동의 결과로 문제에 봉착한 가구를 지원하는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 즉, 주택구입이 어려워진 가구들, 급등한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가구들, 하우스 푸어가 되어 이자부담이 어려워진 가구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단기적인 공급확대 및 공급축소 등의 대증요법보다 가구 규모 및 구성의 변화, 기존 주택의 품질 개량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한다.


필자가 구상한 몇 가지 주택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해본다. 필자는 맞춤형, 미분형 주택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쓴 '주택정책, 지방 분권화해야...'를 일독하길 권한다.


https://brunch.co.kr/@f7abd1d090364d4/22


우선, 자산기반형 주거복지 차원에서 주택구입을 위한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자산을 모으지 못한 청년 등의 사회계층은 주택구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은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려고 LTV 40%~60%까지 제한하기 때문에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가구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네덜란드의 경우 LTV를  100%까지 완화했다.

(LTV(Loan-to-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는 주택가격에 비해 주택담보 대출금액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청년세대에게 '청년임대주택을 잘 지어줄 테니 너희들은 그곳에서 살라.'고 하는 것은 반쪽짜리 주택공급정책이다. LTV 규제 완화로 청년들도 주택소유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 개인은 물론 청년들이 주택조합을 꾸려 주택 구매 시 조합대출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4050 무주택 세대를 위한 금융지원정책을 마련하자.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는 바로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4050 무주택자들이다. 최선의 복지는 자산을 소유하게 하는 것이다.  


둘, 자산기반형 주거복지만 하면 안 된다. 부담가능주택인 사회주택을 적극 공급하자. 사회주택은 '적정주거기준에 맞는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임대료가 부담가능하고 안정적 거주기간이 보장된 주택'이다. LH공사, SH공사 등 공기업이 공급.관리하는 사회주택을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한다. 민간(개인 또는 기업)이 공급.관리하거나, LH공사나 SH공사 소유의 임대주택을 위탁관리하는 사회주택을 '사회임대주택'이라 한다.


사회임대주택을 공급.관리하는 '민간'이 꼭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경제기업일 필요는 없다. 정부(중앙, 지자체)가 입주자격(소득.재산 등), 임대료 상한, 임대기간, 임차인 권리 등의 기준을 정하고 행정권한으로 규제하면 된다. 즉, 사회주택은 공급과 관리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입주자격 ▲그 '주택'에 지불하는 임대료 기준 ▲그 '주택'에 거주하는 임대기간 ▲그 '주택'에  사는 임차인 권리에 따라 민간임대주택이냐, 사회주택(공공임대 또는 사회임대)이냐를 구분한다.


https://brunch.co.kr/@f7abd1d090364d4/32


사회주택 이외에도 함께 소유하고 함께 거주하는 협동조합주택과 공공체주택의 공급정책도 병행하자. 이들 부담가능주택은 기존주택 활용 쉐어하우스, 다세대주택(빌라), 공동주택(아파트), 집객시설 리모델링형(호텔 리모델링) 등 다양한 유형으로 공급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주택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셋, 부담가능주택의 추진을 위해서는 금융정책과 토지정책의 결합이 필요하다. 공공이 적극 나서야 하는 지점이며, 토지은행 제도를 활용하고 금융상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특히 토지 확보가 중요하다.


주택가격은 정부가 개입해서 잡을 수 없다. 강력한 권위주의 정권인 중국의 시진핑 정권도 지금 부동산으로 고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주택가격은 고사하고 생필품인 휘발유, 라면 가격도 일국의 정부가 개입해서 잡기가 어렵다. 국민들은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잡아주기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일 뿐 실현되기 어렵다. 국민들의 바람을 이루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로 불신의 대상이 된다. 그런 이유로 국민들에게 부동산 정책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켰다고 인정받은 역대 정부는 드물다. 강력한 개입정책인 '토지공개념 3법'과 '200만 호 공급대책'을 쏟아낸 노태우 정부의 주택정책은 역대 정부 중 가장 잘했다고 인정받을만하다.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소득증가로 인한 공간 욕구 증가, 수도권 인구집중, 글로벌 매력도시의 위상, 저금리,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증가 등이다.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원인도 마찬가지이다. 금리인상, 고점을 찍은 집값, 인구 및 가구감소, 풍부한 주택공급, 실질소득 하락 등이다.


부동산은 비탄력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중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오를 때 주택공급을 시작하면 늦다. 문재인 정부가 25 차례의 대책 내놔도 시장에서 안 먹힌 이유도 정책과 타이밍의 불일치성 때문이었다.  


금리인상으로 주택가격의 거품은 빠지고 토지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바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공공은 토지를 매입하여 확보해 봐야 한다. 정부는 토지은행제도를 통해 도심지와 개발지역의 택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당장 내일 아파트를 공급할 토지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비축하는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그래야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 빠르게 공급이 가능해 주택시장의 변동성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토지비축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정부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LH공사는 매년 2조씩 20조의 공공개발용 토지 비축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9년 국감자료를 보면, 실제 비축한 토지는  2,343억으로 목표대비 12%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는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주택가격 폭등에서 교훈을 배워 토지비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LH공사만 토지비축 기능을 가지고 토지은행을 운용할 수 있는데, 지방정부 주도의 주택정책을 이뤄가려면 SH공사나 GH공사 등 지방공기업에게도 토지를 비축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주택공급용 토지를 미리 확보하고, 수요가 몰릴 때마다 꺼내서 택지로 쓸 수 있다면, 비탄력적 속성을 가진 주택시장의 변동성 문제에 대응하는데 효과를 볼 것이다.

이전 04화 세대 간 아파트전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