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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아파트전쟁

 모두가 하우스푸어가 된 세상

아파트가 삶의 목표인 50~60대는 '아파트 세대'이다. 아파트 한 채 장만이 인생의 목표였고,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런 아파트 세대를 기득권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 아파트 세대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노후복지에 집 한 채를 배팅한 초라한 세대일 뿐이다. 필자도 그러하다.


아파트 세대에게 아파트는 미래 복지였다.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는 직장에 들어가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통장제도와 은행 대출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놓으면, 아파트는 시간의 도움을 받아 몸값을 키웠다. 몸값이 비싸진 아파트 한 채는 노후 복지를 위한 보증서였다.


주택 같은 자산을 통해 노후 복지를 해결하는 방식을 자산형성 복지라고 한다. 그러나 자산형성 사회복지는 일자리가 풍부하고, 경제가 성장하며, 주택 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역모기지 주택연금 같은 금융정책이 작동할 때 효과가 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가 오자 미연방준비제도(Fed) '자이언트 스텝, 빅 스텝'*의  행보를 하며 금리를 인상하였다. 시장에 돌던 막대한 유동성 자금을 회수하여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도  스텝을 밟으며 금리를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미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변동폭을 지칭하는데, 베이비 스텝은 0.25%P, 빅 스텝은 0.50%P, 자이언트 스텝 0.75%P이다.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전국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눈에 보일 정도로 낙폭이 크다. 지방도시는 물론이고 서울의 노원구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노원뿐만 아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심상치 않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자료 출처 : 한국은행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영끌까지 해서 아파트를 장만한 영끌족의 이자부담이 커졌다. 주택 가격이 오를 때야 이자가 오르더라도 버틸 수 있지만 주택 가격 하락기에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버티기가 힘들다. 주택 가격 하락기에 이자를 부담하면서 버틸 수 있는 영끌족은 5년 또는 10년 후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끌족이 비싼 이자를 내며 수년을 존버한다는 것은 환타지다. 결국 손절하고 루저의 삶을 다시 사는 것이 현실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3기 신도시 주택공급,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올스톱 상태다. 건설자재 가격도 너무 올랐고, 집 값은 떨어지는데 누가 주택을 공급하려고 할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아주택지구 신규 지정, 신통기획(재개발 신속통합기획)도 속살을 들여다보면, 구역지정과 사업인.허가 단계 정도면 갈 수 있지 임기 중에 공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민간 건설사가 입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 위에 도시를 재건하고 집과 공장을 지어 성공한 나라이다. 서울의 경우 1960년 주택보급률은 6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3% 이상이다. 더구나, 1960년에는 주택의 40%가 판잣집이었지만 지금은 아파트가 60%를 넘었다.


양적, 질적으로 위대한 성공을 거둔 나라지만, 우리 주택시장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높은 집값>, <취약한 주거복지>, <불투명한 주택시장>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소득보다 너무 높은 집값에 절망한다. 부모 세대가 올려놓은 집값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아파트 세대인 부모들도 집값의 피해자인 것은 동일하다).


저렴하고 안정된 주거의 부족은 결혼을 미루고, 아이 낳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이다. 신혼부부 주택문제 해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이다. 청년들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50대 이상 중.고령층도 불안하다. 이들에게 집은 전 재산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자가소유율은 70% 정도임에도 노인빈곤율은 50%를 넘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집만 가진 가난한 노인이 너무 많은 상황인 것이다.


아파트 한 채에 모든 기대를 걸고 살아온 부모세대에게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집값 폭락은 악몽이다. 영끌족이 아닌 무주택 청년들에게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집값 폭등은 악몽이다. 전혀 다른 이해관계의 악몽과 악몽이 충돌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아파트를 놓고 아파트 세대(50~60세대)와 아파트 키즈(20~30세대)가 전쟁 중이다. 하우징-세대전쟁(Housing-Generational War)이 현실화됐다.


아파트 세대는 고성장 세대이며 아파트 키즈는 저성장 세대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국민이지만 다른 시간에 동일  장소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양 세대가 집을 놓고 다투지 않고, 함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급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집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한다는 것이었다. 이들 거짓 선지자들의 주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으로 파탄이 났다.


집만 많이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201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3%를 넘겼다. 하지만 주거문제의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 이는 무작정 새 집을 많이 짓는다고 주택난이 해결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새 집을 짓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집도 늙기 때문에 새 집을 짓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 외곽에 새 집을 건설하면 비용도 증가하지만 도시의 쇠퇴가 불러온다.


도시 외곽보다 직장 가까운 곳에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도심의 노후저층 주택을 방치한 채, 외곽에 새집을 많이 짓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으며, 도심공동화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는 다시 도심(역세권)으로 인구가 회귀하게 해야 한다.


지난 50년간의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늙어가는 도시도 살리고 부담가능한 주택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주택을 놓고 벌이는 세대전쟁이 아니라, 부모들과 자식들이 화해의 베이스이다. 아파트 세대와 아파트 키즈 모두 하우스푸어이기 때문이다.


고도성장과 대규모 개발이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대는 끝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1-2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지역과 수요자에 따르 맞춤형(필자는 이를 미분형이라고 한다.) 주택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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