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주)동네목수
도시재생 마을기업하면 연상되는 기업이 있다. 서울시 성북구 장수마을에서 활동한 ‘동네목수’다. 장수마을과 동네목수, 한 곳의 이야기는 또 한 곳의 이야기다.
성북구 장수마을은 40년 이상인 노후주택이 대부분인 달동네다. 골목길은 가파르고 좁고 계단으로 되어 있다. 도시가스는 들어오지 않았고, 연탄을 난방으로 하는 집이 많았다. 골목길 정비, 집수리, 도시가스 인입 등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한 마을이었다. 집값이나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도 오래 살며 이웃 간의 관계도 돈독했다.
장수마을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는 마을이다. 장수마을에 사는 이유는 저렴한 주거비 때문이다. 집주인이든 세입자든 저렴한 주거비가 장수마을에서 오래 사는 이유고, 계속 살기를 원하는 이유였다.
활동가 중심의 장수마을 주거환경개선 활동
2008년 성북구에서 지역 활동하던 박학룡, 남철관, 이주원, 김미정, 김윤이 등의 활동가들이 장수마을(삼선4구역)을 주목했다. 그들이 사업성이 없어 개발되지 않는 삼선4구역에서 주민이 쫓겨나지 않는 ‘대안적 주거환경개선’ 방법을 찾기 위해 주민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당시 마을은 방치된 빈집, 갈라지고 깨진 골목, 계단 등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이 되서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위해 동네가 더 낡고 위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주민설명회를 열고 워크숍을 통해 이 동네는 왜 재개발이 안 되는지, 재개발이 되더라도 주민들에게 불리한 이유를 여러 차례 설명하면서 대안을 찾아보자고 주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구체적인 대안개발 방안을 만들어 마을회의에서 주민들과 토론을 해 나갔다. 주민들의 재산과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으로 사업방식을 전환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정비예정구역 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공유지 점유 가옥주를 중심으로 빠르게 동의 여론이 형성되었다. 전면철거와 순환식 개발에 의한 테라스하우스형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방안, 소규모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사업비를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워 대안개발 방안들은 마을회의에서 폐기하였다. 결국 주민들은 각자 부담할 수 있는 만큼 집수리를 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을기업 동네목수 설립
2010년 장수마을에서는 저렴하면서 튼튼하게 집을 고치는 방법, 걷기 편하고 아름다운 골목을 만드는 방법,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등 주민역량 성장을 목적으로 마을학교를 진행했다. 특히, 집수리 교육은 난방비 부담이 큰 주민들의 입장에서 매우 절실했다. 살고 있는 주택의 단열성능이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 보완하고 저렴하고 손쉽게 설치 가능한 단열재로 시공실습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노후주택을 주민들 스스로 관리,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다.
주민 다수가 고령자여서 관리할 여력이 안 되고 주택은 한두 가지만 고쳐서 해결될 상태가 아니었다. 마을기업의 필요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남철관, 김미정, 이주원 등 핵심 활동가들이 (주)두꺼비하우징을 설립 운영 중이어서, 마을기업의 설립은 박학룡씨 중심으로 추진된다.
2011년,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설립해 집수리를 시작했다. 초기 사업자금 확보가 어려운 숙제였는데, 정부의 마을기업 공모에 선정되어 사업자금을 지원받아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구입할 수 있었다.
2012년에는, 주식회사로 전환하여 주민과 투자자들의 출자금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동네목수는 오래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세입자가 살거나 마을 공동이용시설로 활용하고, 골목길을 개선하는 일을 주로 하였다. 빈집 가옥주와 협의하여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했고, 빈집을 마을카페로 리모델링하여 운영했다.
㈜동네목수가 본격적으로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주택개량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주민들은 공사장을 찾아와 진행 상황을 둘러보고 공사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반면, 일부 세입자들은 주택개량사업이 혹시라도 마을의 임대료가 오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주)동네목수는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 빈집을 활용하여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마을협정을 통해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마을기업 ㈜동네목수의 규모도 제법 커졌다. 2011년 시작할 때만 해도 정규직 1명이었는데, 2013년 말에는 정규직 직원이 8명으로 늘었다. 일용직도 보통 하루에 10명~20명씩 일을 했다.
㈜동네목수의 사업 확장과 좌절
2013년 4월, 삼선4구역 재개발 정비예정구역 해제됐다. 7월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추진이 확정된다.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도시가스 인입, 골목길 계단 정비, 마을박물관 등 설치 지원, (주)동네목수를 통한 주민주도의 주택개량과 경관관리, 마을공동체의 유지와 주거안정을 위한 주민협정 등의 사업을 추진하였다.
장수마을은 (주)동네목수의 지원을 받아 주거재생사업을 모범적으로 해간다. 물리적 재생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재생사업으로 만들어 갔다. (주)동네목수는 장수마을에서 집수리 마을기업이자 재생사업의 코디네이터, 동네사랑방의 역할 등을 했다.
그러나, 2016년 (주)동네목수는 경영위기에 빠졌다. 영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점차 회사는 어려워져 갔다. 집수리는 재생사업에서 중요한 솔루션이었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정부의 집수리지원정책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
장수마을과 (주)동네목수는 서울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의 테스트베드였고 집수리의 실험실이었다. 하지만, 재생은 재생이고 경영은 경영이었다. 결국 (주)동네목수는 경영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