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함 속의 사랑
살다 보니,
결국 삶은 혼자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그리 슬프지는 않아요.
삶을 이끌어가는 건 결국 나 자신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힘이 되고, 위로하고, 사랑합니다.
어깨에 짊어진 짐은 너무나 무겁지만
그래도 힘내 볼만할지도 모르겠네요.
많이 먹어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에 갔습니다.
고마움이 얼굴에 잔뜩 묻은 친구가 말했습니다.
“많이 먹고 가.”
배가 부른데도 육개장을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얼마 뒤, 친한 형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친구들과 차를 빌려 내려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놀란 형의 얼굴에도
고마움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많이 먹고 가.”
그날도 곧이곧대로,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울지 마
요즘엔 울고 있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참으로 고민됩니다.
저는 울면 마음이 좀 편해지는데,
‘울지 마’라는 말이 과연 위로가 될까,
자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바꿔 말합니다.
“아니야, 그냥 울어.”
우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보편 지향 기도
성당 미사에는 ‘보편 지향 기도’라는 순서가 있습니다.
나의 이웃, 나의 친구,
혹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를 위해 바치는 기도.
가끔은 그 모습이 참 재밌었습니다.
기도의 대상도, 들어줄 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저 바라는 마음으로 고개 숙이는 사람들.
가끔은 이해가 안 되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가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이지요.
편안할 안(安), 편안할 녕(寧).
서로의 평안을 바라는 인사말.
글쎄요. 말 한마디로 과연 우리가 평안을 되찾을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넵니다.
인간은 때로 참으로 무력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합니다.
“많이 먹어.”
고마운 마음이 잔뜩 들어 있던 말입니다.
“울지 마.”
위로하는 마음이 왕창 들어 있던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진심 어린 말입니다.
무력한 만큼 우리의 이런 말들은 진심입니다.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아
‘말’이라도 건네는 것이죠.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일지도 몰라요.
삶은 결국 스스로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서로의 삶에 매번 손을 내밀 수는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삶은 혼자라지만,
그리 외롭지만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