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생각해 보면, 10년 넘게 무신론자에 가까웠던 내가
기꺼이 성당을 다니고, 세례를 받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었다.
성당에서는 매주 미사마다 '보편지향 기도'라는 기도를 드린다.
매주, 전 세계에서
아픔을 겪는 이들
고통 속에 있는 이들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성당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드린다.
신기했다.
자기 살기도 벅찬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피부 색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여유가 있다고?
당장 변하는 것도 없는데,
매주 세계 곳곳에 힘든 이들을 찾아
그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기도를 드리는
바보 같이 따뜻한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신이 없을지라도
이런 바보 같은 짓으로 계속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음악도 비슷하다.
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주인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누구는 꿈을 응원하고.
누구는 사랑을 응원하고.
누구는 실패를 위로하고.
누구는 아픔을 치료한다.
엘르가든은 내 꿈을 응원해 줬고.
너바나는 나 대신 화를 내줬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 바보 같은 사람들은
누가 듣는지도 모르는 말들을
뭘 그리 정성스럽고 예쁘게 만들어 전하는지 모르겠다.
다짐했다.
나도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로. 음악으로.
돌고 돌아 제자리에
남겨지게 되더라도
나를 아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
그대여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
지금까지 받은 사랑 적어 보여도
그대는 될 거에요
— 알레프 & 밍기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아는 모두에게
아니,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사랑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