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종종,
나는 나를 혐오한다.
스스로를 매일 혐오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한 번, 힘들 때마다 나를 혐오했다.
이게 습관이 되는지, 이제는 힘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스스로에게 욕부터 퍼붓는다.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처음부터 나를 욕하진 않았다.
다만, 나를 함부로 대하고 욕을 내뱉는 친구가 오히려 더 편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마 고등학생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에휴 병신"
시원하게 장난 섞인 욕을 먹고 나면,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6개월도 못 버텨서 반수 실패하고 학교로 돌아온 병신 새끼"
"술 마시고 절제도 못 해서 사고나 치는 병신 새끼"
"순간의 감정도 못 참아서 행동으로 드러내는 병신 새끼"
"xxxx 한 xxxx 새끼"
"xxxx해서 xxxx하는 병신새끼"
...
...
스스로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원래 이런 병신이라 그런 거야...
그래서 그런 거니까 괜찮아...
언젠가 유튜브에서 오은영 선생님이 그러더라.
자기혐오도 일종의 자해라던데...
그제서야,
팔 한쪽에 칼자국이 10개 좀 넘게 있던
그 사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닥으로 몰던 나 자신도
이제서야 이해가 됐다.
칼로 손목을 긋고,
흘러나오는 피의 따뜻함을 느끼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던데,
나도 내 마음을 칼로 긋고서는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따뜻함을
누군가로 온기로 착각했던 건가...
사실은 나도, 그 사람도
그냥 사랑받고 싶었던 건데
여전히,
가끔,
스스로를 혐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