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처음으로 가죽 부츠를 사서 신어보고 있습니다.
발이랑 다리 이곳 저곳에 상처가 나더군요.
가죽 부츠는 원래, 아픔을 견디며 친해지면서 신어야 하는 신발이라 하더군요.
양말이 살짝 젖을 정도로 피가 나는데도,
참으며 1주일 정도 꾸역꾸역 신었습니다.
일부러 밴드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이 신발에 내 발에 맞아지며 생기는 고통을
온전히 겪어보고 싶었어요.
나의 20대는 꽤나 힘이 들었습니다.
어느 누가 20대가 힘이 들지 않을까요?
몸도, 마음도 이곳저곳 상처투성이에요.
무엇을 하더라도 새 신발을 신은 듯,
늘 어딘가가 쓸리고 까지더군요.
내 신발장에는 다양한 신발이 있습니다.
발을 넣자마자 편안한 운동화도.
신는데 한참을 낑낑거려야 하는 하이탑 스니커즈도.
집 앞에 나갈 때 신는 슬리퍼도 있죠.
그리고 이제는 걷는 것조차 불편한 가죽 부츠도 있네요.
그래도 20대의 매일이 힘든 것만은 아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추억도,
다시는 겪지 못할 귀중한 경험도,
그리고 나를 너무나 아프게 했던 아픈 기억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운동화를 신은 듯 편안했고
어떤 날은 가죽 부츠를 신은 듯,
아픈 걸 참으며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가죽 부츠의 멋은 신을수록 깊어진다더군요.
가죽이 서서히 길이 들여지며,
결국엔 내 발에 꼭 맞아진다네요.
편하고 예쁜 운동화도 좋아하지만,
이제는 가죽 부츠도 애용하며 신어보려 합니다.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들도,
나의 20대도
내 삶도.
이제는 내게 꼭 맞게 길들여졌을까요?
발에서 피가 나도 미련하게 부츠를 신으니까
엄마가 그러시더군요.
“그런 건 굳이 참을 필요 없어.”
아프면 밴드도 붙이고,
두꺼운 양말도 신어보라 하셨죠.
왜 나는 지난 9년을 아픈 걸 꾹꾹 참고 걸었을까요?
밴드도 붙여보고.
두꺼운 양말도 신어볼 걸 그랬습니다.
이제 발의 상처는 조금 아물었습니다.
가끔 가려워서 무심코 긁게 됩니다.
약도 잘 안 발랐더니,
흉터가 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아프진 않은데,,,
자꾸만 그 자리가 간지럽네요.
종종 힘들었던 지난 나의 20대를 돌아봐요.
이제는 그때의 기억이 아프지는 않은데,
결국 남고만 흉터가 가려운지
자꾸만 내 마음을 긁어봅니다.
그래도 한 일주일쯤 꾸준히 신어주니,
아픈 게 전보다는 덜 하더군요.
비록 흉은 남겠지만,
여전히 상처 부위가 간지럽지만
참으로 멋진 신발입니다.
가죽 부츠를 신어 보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살아 보길, 정말 잘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