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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teady-State Error:정상상태오차

흔들림 없는 삶은 없으니까.

by 목신

대학생이 되어 처음 공학을 접했을 때,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수학도, 과학도, “그냥 그렇게 가정해요”, “이 값은 영향이 미미하니 무시합니다” 같은 말들이 당연하게 등장했다.


공학에서 추구하는 이 ‘가정’과 ‘무시’가
나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공학(工學)은 틀림없는 정답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완벽하진 않아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향하는 학문이었다.
그 쿨함이 좋았다.


여러 과목들 중 내가 가장 빠져들었던 분야는 ‘자동제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처음 만난 개념이 있다.


Steady-State Error. 정상 상태 오차.


기계를 목표값으로 제어할 때,
그래프는 목표치에 정확히 붙지 않는다.
계속 흔들리고, 간헐적으로 벗어나고,
어쩌면 영원히 완벽히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머문다면
우린 그걸 “정상 상태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목표값과 수렴된 값의 차이.
그게 Steady-State Error다.

2025-11-17 23 06 33.png 기계 제어 그래프

그 단어를 처음 배웠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공학 수업에서마저 철학을 고민하는 내가 우스웠지만,
그날의 깨달음은 내 삶의 기준까지 바꿨다.


실제로 제어 그래프를 보면
기계는 목표점에 근접해도 계속 흔들린다.
목표에서 멀어질까 봐 억지로 버티며 몸부림친다.
그 모습이, 어쩐지 우리 삶과 닮아 있다.


흔들림 없는 삶은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도 완벽하지 못하게, 흔들린다.
그런 기계보다 훨씬 연약한 인간이
어찌 완벽할 수가 있겠나.
우리는 흔들리며 살아가는 존재다.


목표를 향해 뛰어가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Overshoot을 겪기도
남들보다 긴 Settling Time에 지치기도 하고
다 왔다 싶은 순간에도 닿지 않는 목표를
바라만 보게 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인간의 흔들림이
참으로 아름답다.


완벽하게 목표에 닿지 못해도 괜찮다.
그게 우리의 정상 상태일지도 모른다.


오차는 실패가 아니라
삶을 증명하는 흔들림이다.


그러니
조금 멀어 보이는 목표와의 거리는
우리만의 ‘Steady-State Error’라고 생각해보자.


오차 있는 삶이라서, 멋있다.
끊임 없이 흔들리는 당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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